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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Feb 28. 2022

커피와 밀가루 끊기 7일차

몸 관찰일지 #7

커피 끊기 12일차, 밀가루 끊기 7일차. 중간 점검이다. 2주간만 해 볼 계획이다. 사실 밀가루 끊기도 12일차가 됐어야 하는데 5일차에 밀가루 음식 폭주를 하고 다음날을 1일차로 다시 시작했다. 커피 끊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커피 대신 차를 마셨는데, 매일 마시기는 물리는 느낌이 있어 결국 핫초코를 마시고 있다. 밀가루를 끊으며 설탕을 같이 줄이려 했는데 이건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필라테스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테이크아웃 카페가 있는데 가게 앞을 지나가면 커피 향이 길가를 가득 채운다. 저 냄새를 못 참고 커피를 자주 사 마시곤 했는데 지금까지는 충동을 물리치고 얌전히 집까지 잘 돌아왔다.


가족들에게 비건 빵을 사주기로 해서 어제  가지고 갔다. 블루베리 파운드, 딸기 크림빵, 흑임자 단팥빵, 소금빵. 어떤 맛일지 너무 궁금했지만  참았다. 2주간 밀가루 끊기가 끝나면 비건 빵부터 먹어볼 거다. 마트에서 우유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맛난 것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세상에 밀가루 음식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심지어  맛있다.


붕어빵 냄새가 어찌나 가까이서 날아오는지.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으면서 맛있는 냄새에 홀리는 것 같다. 집까지 걸어가는 10여분 동안, 교촌치킨, BBQ, 류길상피자를 만난다. 우리 집 근처에 프랜차이즈가 이렇게 많았나. 뿌링클도 먹고 싶다. 요즘 유튜브 광고에 자주 나오는 자담치킨도. 짜장면과 탕수육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유부초밥만 다양한 메뉴로 팔고 있는 식당도 지나간다. 잠깐 유부는 뭐지? 검색해보니 유부는 두부를 얇게 썰어 기름에 튀긴 것으로 밀가루 끊기를 할 때 대체 식사로 많이 언급되고 있었다. 다음 주에 유부초밥 사 먹어야지!


허기가 찾아오는 순간


지난주 밀가루 음식을 먹게 된 건 ‘아차’하는 순간의 실수였다. 가득 차려진 반찬 중 맛있어 보이는 반찬들을 집어 들었다. 그 반찬이 가자미 튀김과 버섯 탕수였을 뿐이다. 거기서 멈췄으면 좋았을 텐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맛있는 거나 먹자는 생각으로 후식으로 차가운 음료와 케이크를 사 먹었다. 새로 나온 스타벅스 메뉴들이 맛있어 보이는 것도 있었지만 그날 허기가 져 있었다. 일주일간 몸을 잘 돌보며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참기 힘든 허기가 느껴졌다. 맛있게 먹고 기분도 나아지면 좋은데 다음날 아침이 되니 배가 아팠다.


이렇게 허기가 찾아오는 순간이 힘든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이런 허기가 찾아온다. 하루치가 아니라 일주일치가 가득 쌓여 허기가 된다. 압력 밥솥에 김을 빼듯이 지금 내 기분은 어떤지, 불편한 감정이 있다면 어떻게 풀어냈는지, 휴식은 충분한지 등등 게이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내 관심을 커피와 밀가루에서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


그럼에도, 카페에서 원두를 가는 소리가 들릴 , 어느  집에 맛있는 조각 케이크가 있을 , 떡만둣국을 끓였을 , 아침 9시부터 시작되는 강의를 들어야  때는 커피와 밀가루가 너무 먹고 싶었다. 그럴 때는   공원에 나가서 조금 걷거나, 비타민 음료를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거나, 아침부터 당근을 썰어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남은 7일간도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 커피와 밀가루를 끊는 동안 먹을  있는 음식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조만간 다시 만나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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