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단짠레터
답답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찾고 싶다. 가슴속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탈탈 털고 잠시나마 빈 공간으로 두고 싶다. 의지하고 싶을 땐 의지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싶다. 상처를 핑계로 객기를 부리고 싶다.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 약점을 꺼내보이고 싶다. 외로움은 인간의 본연적인 감정이라고 합리화하고 싶지 않다. 마음껏 사랑하고 표현하고 싶다. 감춰두었던 덩어리를 토해내고 가벼워지고 싶다. 아니면 말끔히 소화시켜 배출해버리던가. 불청객 같은 기억도 충분히 즐기고 잊어버릴 수 있기를 비 오는 밤에 기도한다. 내 자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