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팀장이 된 이를 위한 선배님의 조언들
21년 12월. 저는 팀장이 되었습니다. 회사의 팀이 더 작게 쪼개지면서 그 중 한 팀의 장이 되었습니다. 어제까지 까르르 함께 웃던 동료들이 제가 속한 팀의 팀원이 되는 일이 생긴 거죠. 처음 겪는 사회적 변화에 많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팀장이라는 건 한 스텝 천천히 밟아가며 "좋아 마음의 준비가 되었어!"라고 생각되는 순간 시작할 수 있는 영역인 줄 알았거든요..
'작게나마 조직의 리더'가 된다는 것은 나 혼자 일을 잘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수많은 변수 가운데 조율이라는 리듬을 타는 버라이어티한 역할이라는 것을 워낙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걱정은 더했습니다. (혼자 모든 걸 잘하고 알아서 다 해내는 팀장을 싫어했던 기억이..)
하지만 이내 마음을 부여잡고 이런저런 곳에서 축하해 주시는 선배 리더님들을 붙잡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경쟁과 갈등을 회피하는 성향이 강한 ISFP로서는 팀원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최대한 많이 보고 듣고 배워서 시작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후배를 위해 좋은 경험을 많이 이야기 해준 선배 리더님들의 조언을 기록해보았습니다. 주신 조언들을 참고하여 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정리했습니다.
: 팀장이 된다는 것은 타 부서와의 협업을 할 일이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와 함께 하는 팀원들의 업무에 팀장이 대표성을 띈다는 말이기도 하죠. 매번 우리 팀의 일이 박수를 받는다면 좋지만 아닌 경우가 훨씬 많아요. 이것은 왜 잘못되었느냐, 왜 늦어지느냐 등등 다툼도 비일비재하며 다른 팀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경우도 많이 생깁니다. 우리 팀이 실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이런 일을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진짜 중요한 순간은 '실제로 우리 팀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입니다. 팀장이라면 우리 팀 안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스스로가 방패가 되고 아쉬운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일이 잘못되었을 때 팀을 대표하여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그게 좋은 팀장을 바라보는 중요한 기준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 팀장이 그 팀에서 일을 제일 잘하는 사람일 필요가 없습니다. 팀장은 그 팀의 일만 하기 위해서 있는 직책이 아니거든요.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의 총량에서 1/3은 함께 일하는 팀원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며 존중과 공감을 해주는 것, 1/3 협업팀들과 우리 팀과의 관계를 어떻게 잘 형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 그리고 나머지 1/3은 회사나 상사, 조직이 어떠한 방향성으로 가고 있고 그곳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야 해요.
: 팀이 하는 일들이 매우 많을 텐데 크고 작은 일들을 내가 모두 다 알아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세요. 혹시나 보고 듣는 것이 생기더라도 의도적으로 모르기 위해서라도 노력해야 합니다. (2) 번에서 이야기 한 대로 시간을 배분할 경우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의 1/3만 팀의 실제 업무를 위해 사용할 수 있어요. 팀장이 팀원들이 하는 일을 모두 이해하기 위해서는 팀 원수만큼의 시간을 투여해야 가능합니다. 팀원이 6명이라면 팀원의 근무시간을 모두 합한 최소 48시간을 하루에 투여해야만 팀원 수준으로 업무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팀장은 팀장으로서의 시간을 사용하고 팀장이 알아야 하는 정보를 중심으로 이해하려고 하세요. 팀장이 확실히 알아야 하는 것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팀원들을 믿고 맡기세요.
: 아마도 수많은 결재와 보고문서가 올라올 거예요. 그리고 어떤 것들은 최상위 의사결정권자까지 올라가는 것들도 많을 겁니다. 솔직한 이야기로 팀장 위의 조직장들은 단순한 결재나 보고 건들을 자세하게 읽거나 걸러내지를 못해요. 팀에서 올라가는 중요한 결재나 보고 건들은 팀장이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사람이라는 심정으로 체크해야 합니다. 팀장을 넘어서 올라가는 것들은 잘못된 경우 누군가 바로잡아 주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 (일에 가치를 따질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상대적으로 가치가 없어 보이는 일들(단순 정산업무, 성과를 평가받기 힘든 관리업무 등) 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런 일들을 누군가에게 감당을 하도록 해야 하는 게 고민인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이럴 때는 제일 믿을 수 있는 팀원에게 솔직히 이야기해보세요. 이런 이런 일이 생겨서 누군가 맡아줘야겠는데, 당신이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하게'입니다. 지금 팀장이 주려고 하는 이 업무가 상대적으로 가치가 없어 보이거나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기에 해주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해주세요.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때 거절을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팀원의 큰 불만을 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런 일을 부여할 때 정말 잘못된 방식은 '좋은 평가를 받지 않는 팀원'에게 이 일이 '가치 있는 일인 척' 부여하는 행동입니다. 누구도 맡기 싫어하는 일이라는 것이 확실한데 그걸 거짓으로 포장해서 팀원에게 맡기는 행동이야 말로 팀원들의 신뢰를 깨버리는 잘못된 행동입니다. 팀원들이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구하세요.
: 사람에게는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팀장과 팀원 간에는 호불호가 생겨서는 안 됩니다. 모든 구성원을 존중하고 그들의 훌륭한 면만 볼 수 있도록 일부러라도 노력하세요. 누구나 약점은 있습니다. 약점을 보려고도 하지 말고 집중도 하지 마세요. 어떻게든 팀원들의 좋은 점만 찾아내고 그것을 가장 잘 살려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팀장의 역할입니다. 팀장은 팀원 모두를 좋아해야 합니다. 팀원들의 훌륭한 점만 계속 바라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모두를 좋아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좋은 조언들을 들었지만 아직은 '초보'니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워도 사람들이 이해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하던 중 좋아하는 책 <일의 격>에서 아래와 같은 글을 발견했습니다.
코치면 코치지 무슨 초보 코치인가? 초보 코치가 아니라 코치이고, 신입사원이 아니라 사원이고, 초급입원이 아니라 임원이다. 초보 원장이 아니라 원장이다. 초보 대표가 아니라 대표이다. '신입'이나 '초보'라는 이름하에 숨을 이유가 없다. 그것은 겸손이 아니다. 프로의 세계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프로인 것이고 프로답게 행동해야 한다.
- <일의 격> 중에서
(아직 초보이지만) 초보라는 생각은 버리고 제대로 된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