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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도리 Oct 09. 2021

홍등가의 요부

 나는 그렇게 더럽게 몸을 팔았다.

집을 한 채 지어도 몇 억, 인테리어를 한 집 해줘도 몇 천만원

한달에 3-4개씩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급격하게 매출액은 늘어만 갔다. 


매출액이 10억이 넘어가는 순간부터 
나는 분명, 사업을 우숩게 여겼다. 

그렇다. 분명 우숩게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 


직원도 늘리고, 사무실도 1층에서부터 지하까지 쓸 수 있는

번듯한 곳으로 이사를 갔다. 


번쩍거리는 사무실을 보니, 내 마음도 번쩍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상담을하고, 견적을 내고, 계약을 하고, 공사를 했다. 

그렇게 계속 또 계속 공사를 했다.


마치, 금붕어가 뻐끔 뻐끔 먹이를 먹듯.

내 배가 곧 터질 것이라는것도 모르고

계속 또 계속 먹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현장을 돌다보니

사무실 직원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현장이 많아지다 보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현장을 돌아다녔다.

인부가 펑크나면 내가 직접 망치를 들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공간을 꾸며 준다는 것 좋았다. 

클라이언트 들은 창업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가족을 꾸리려고 집을 짓는 사람도 있었다. 

타인의 삶도 바꾸고, 돈도 벌고! 얼마나 좋아?


그런데 그런 생각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나는 지휘관의 역할이 되기도 했으며, 야전의 병사가 되기도 했다.

현장이 늘어날 수록 체력은 고갈이 되고, 정신은 피폐해 지며, 내부 회사 관리가 소홀 해 졌다.


하나 둘씩, 구멍이 나기 시작했고

구멍의 균열은 삽시간에 커져갔다. 


눈을 가리고 뛰어가는 경주마.

경주마는 절벽을 향해서 질주를 하고 있었다.


나는 세상에 단편을 바꾸고 싶다는 이상이 있었는데,

현장이 늘어날수록, 이상은 사라져만 갔다. 

꿈이 사라지고, 욕심이 그 자리를 매워갔다.

이상은 나를 떠나갔고, 돈이 그 자리를 꿰어찼다.  


이 세상은 자본이 근본이 되는 사회

자본주의 사회이다. 

돈 좋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잃어버렸다. 


나는 어떤 공간을 원하는가? 

나는 이 공간을 왜 만드는가?

이 공간은 왜 존재하는가?

나는 무엇을 담고 싶은가?


그렇게 질문했던 순수한 나의 갈망은 사라졌다. 

홍등가에서 돈을 위해 웃음을 파는 요부처럼, 

나는 그렇게 더럽게 몸을 팔았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공간을 만들었다. 

내가 만들고 있는 공간은, 내가 원하는 공간이 아니였다.


트랜드를 쫓으며, 욕을 먹지 않기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더 빠르게 끝내고 돈을 받을 수 있는 공법을 선택했다.

공간에 어울리는 자재를 선보이지도, 선택하지도 않았다.

도전하는 공간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렇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유목민처럼, 다음 현장으로 계속 이동해야만 했다. 


몽유병 환자처럼 매일 멍하게 떠다니는 삶을 살았다. 

공간을 사랑해서 시작했는데, 공간만 보아도 신물이 났다. 


세수를 하며, 물줄기가 흐르는 나의 얼굴을 바라본다. 


돈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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