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모임/조직 중에 만나서 호상 간의 신상털이가 끝나면
곧바로 말 까는 집단 중의 하나가 ROTC 다.
너 몇 기?
난 몇 기..
흡사 육사 11기 전두환이 육사 16기 장세동에게
말 까는 것과 같다 고 보면 된다.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문화의 한 단편이다.
그들은 군대라는 동일 조직에 몸 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만
그게 그거다.
해병대는 병끼리 기수 놀음을 하지만 ROTC는 군관 동무라는
장교 계급이라는 차이 정도다....
물론 같은 깃 수라면 그저 친밀감에... 동갑 나이에... 편하니까...
말을 놓고 편하게 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오래전 얘기다.
회사 내에서 고참이 신참을 가르치고 교육시키는 건
조직 내에서 당연한 상하 간의 임무다.
내가 회사 고참이었을때
한 친구가 유독 한 후배를 조진다.
업무가 익숙치 않아서 조지는 거야 어쩌겠나?
하루빨리 숙달이 되라고 훈육시키는 거야
조직 내에서 늘 있던 일이다. 뭐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
그러나 그 정도를 넘어선다면 다른 장르가 된다.
요새 얘기로 따지면 거의 상사의 갑질에 가까울 정도였다.
어느 날 물었다.
김 과장은 왜 그리 이대리를 함부로 다뤄?
내 보기에는 크게 잘못하거나 부족한 거 같지도 않던데..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고 지도하는데도 매너가 있어야지
그렇게 하면 되겠어요? 좀 심한 거 아뇨?
참고로 김 과장은 충남대? 충북대? 졸업이었다.
이대리는 고려대...
(그렇다고 학교 레벨에 대한 문제는 전혀 아니었니라, 자격지심에 갈구는 것도 아니었다.)
김 과장 대답이...
아 걔는 그래도 괜찮아요... 별일 없어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왜?
그래도 그 친구도 자존심이 있을 텐데...
암튼 너무 심하게 하지 마세요..
괜찮다니까요..
걔는 제 ROTC 한참 후배예요....
윽...
헉...
음...
그건..
올티 않아...
그 후에 내가 김 과장을 어떻게 관리 처분했는지는 상상에 맡긴다.
연초에
다들 은퇴한 백수들인지라 과거 창원의 **중공업에서
일했던 친구들이 모였다.
모이다 보니
부산대 ROTC 16기 + 18기 2명
성균관대 ROTC 16기
연세대 ROTC 18기 (금속과 출신)
부산 동아대 ROTC 18기
서울대 ROTC 18기
그리고 나...
(뭐... 아시겠지만 나는 군관 출신이 아니다.. 그냥 卒로 병역을 마친 사람이다.)
그중에는 자주 본 사람도 있지만
1983년경에 한두 번 보고 근 40년을 못 본(안 본) 사람도 있었다.
만나서 웃고 술한배 돌고.. 과거 얘기하고...
늘 모임의 루틴대로 돌아가던 중...
16기라는 사람이
어 철수야? 너 그사이 어떻게 지냈냐?
창원 시절 설계실에서 철수가 고생 많았지....
철수야?!?...
한마디로 말해서 말을 까면서 시작하면서
내내 말을 까는 거다.
이거슨 아니지...
환갑 진갑 다 넘은 이 나이에 내 이름 철수를 대놓고 부르는 사람은
고등학교, 대학교 등 학교 동창 외에는 별로 없다.
늙으신 어머님이나 장인 장모도 내 이름 안 부른다.
집안 어른들도 이젠 이름 안 부른다.
그 모임이 어쩌다 보니 ROTC 선후배 동기들이 모이다 보니
나도 ROTC18기 출신으로 착각했을 수는 있다만,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서너 번 보고 40년이 되도록 만난 적 없는 사람에게
말을까고 이름을 부르는 건
그리 유쾌한 게 아니니라...
그 후로는 그 모임에 발을 끊었다.
쪼잔하다고 해도 할 수 없다....
백수들은 이런저런 모임이 많다.
전에는 2-30명 모임에 한놈이라도 보고 싶은 놈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 던지 기를 쓰고 참석했다만,
이젠 2-30명 중에 한놈이라도 보기 싫은 놈이 있으면
모임에 나가기가 싫어진다.
나만 그런가?
늙어가는 모양이다.
그래도 어쩌랴... 싫은 건 싫은 거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