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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재 Jan 04. 2022

설악산 이야기 7 –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맹자 - 고자하


현 상황을 돌아봅니다.



전역하고 새하얗던 두뇌 상태에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회에서 통용되던 지식을 총 쏘며 지낸 5년 간 전부 잃은 느낌이었습니다. 소위 ‘경력단절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군 경력 특채를 통한 재취업을 하지 않기로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입대도, 전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덕분에 인생의 5년을 투자하여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깊은 프라이드를 얻었습니다. 영화도, 출판도, 7번 국도와 설악산도 모두 저 자신의 떳떳한 선택입니다. 저는 다시 돌아가도 그때 그 모든 선택을 똑같이 합니다.



저는 30대인데도 고작 예비군 2년 차에 불과합니다. 복무를 갓 마친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이 스물다섯 무렵에 느끼는 혼란과 저의 지금이 같습니다. 여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이렇게나 막막하고 어려운 일인지를 여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저는 군대를 조금 늦게, 진하게 다녀온 탓에 뒤늦게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어려움은 저 혼자만 느끼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얼른 실력을 쌓아 이 막막함을 멋지게 박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관념이 부족했습니다. 돈을 죄악시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선물로 전하고 싶은 것들에 스스로 가격표를 붙이는 것이 영 꺼림칙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가격표에 제 마음을 가두는 것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뒤늦게 돈에 대한 스스로의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괜찮습니다. 덕분에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누군가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전해주는 일의 기쁨을 일찍 깨달았습니다. 또한 꿈과 정체성을 잃지 않고 간직하면서도 그것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찾으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달과 6펜스’가 공존할 수 있음을 끝내 증명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하루하루 기대하며 삽니다.



우리의 모든 참신한 아이디어는 현금흐름을 갖추지 못해 표류하고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가 이 상황을 멋지게 헤쳐 나간다면 분명히 누군가에게 큰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무자본 창업가 최규철 씨는 동업자와의 계약서에 ‘누구라도 외부에서 자본을 차입할 경우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사임한다.’는 조항을 반드시 넣습니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다 큰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 돈을 활용하지 않고도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 그의 무자본 창업론입니다. 그래서 그가 하는 대부분의 사업은 리스크가 제로에 수렴합니다. 수익률도 당연히 치솟습니다. 우리는 자본이 없기에 방법을 고민합니다. 머리를 쉬지 않고 씁니다. 그 과정은 험난합니다. 그러나 생각과 성장을 멈추지 않는 한 답은 반드시 나옵니다.



우리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소위 ‘폼’ 나지 않는 길을 가고자 합니다. 세상은 실패한 자들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 마음이 갑니다. 살면서 누구나 실패할 수 있음을 알고 있는 까닭입니다. 이는 우리에게 부여된 재능입니다. 험난한 길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가 가려는 이 길은 경쟁 시장의 논리로부터 벗어나 있습니다. 쓸데없는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니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 나간다면 우리는 우리만의 즐겁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독점 시장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사업의 기본은 마케팅과 세일즈라고 합니다. 어떻게든 알리고 팔지 않으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마케팅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세일즈를 제대로 해본 경험도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모든 유명자는 필연적으로 무명자였습니다. 무명자는 자신의 가치를 세상에 증명해야만 합니다. 어떤 사업가도, 예술가도 이러한 필연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마케팅과 세일즈는 꿈이 있는 모든 자들의 숙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미숙한 모습까지도 과감히 전시합니다.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이 맨땅에서 시작해야만 하는 세상 모든 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완성된 결과만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미완의 우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모든 게 늦었고, 모든 게 난관입니다. 괜찮습니다.


‘장벽이 서 있는 것은 우리를 가로막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지 시험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덕분에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8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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