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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만영 Sep 28. 2021

스티븐 잡스의 '점을 연결하라'

지민이처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

매일 밤 달리기 모임을 나가 사람들과 함께 달리며 운동을 하고 있다. 보통 두세명 정도 같이 뛰는데 최근 2주 동안은 우리 모임의 멤버 한명과 거의 매일 둘이서만 달리기를 했었다. 매일 만나다보니 이런저런 얘기들을 참 많이 나누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는 그동안 내가 어떤 경험들을 해왔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약간의 푸념 섞인 어조로 "보면 뭘 하더라도 성과를 잘 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님은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얘기 들어보면. 그런데 저는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낸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여러가지 시도와 경험들을 하긴 했는데 뭔가 다 흩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러자 그는 나에게 스티븐 잡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경험들이 어찌보면 점을 찍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아직은 그 경험들이 서로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마치 바둑판 위에 생뚱 맞게 둔 돌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 연결되면서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말이다.


 


"점을 연결하라" 
여러분은 미래를 내다보며 점을 연결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비로소 점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그 점들이 언젠가 연결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굉장히 유명한 명연설이었는데 나는 그를 통해 이번에 처음 알게되었다. 듣자마자 굉장히 와닿았다.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일이 뭐에요?" 혹은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라고 묻는다면 여전히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그냥.. 글쓰는 거? 조직 개발? 이런 식으로 대충 얼버부리며 넘어갈 것 같다.


글쓰는 것도 좋아하고 조직 개발에도 관심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거 아니면 안돼', '진짜 미치게 좋아' 할 정도로 푹 빠져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정말로 내가 잘할 수 있고 미쳐서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싶었다. 무리를 해서라도 인생에서 한번쯤은 미치게 좋아하는 일을 찾을 기회를 나에게 주고 싶었다.


퇴사를 한 지 3년의 시간이 지났다. 회사를 다니면서는 절대로 하지 않았을 무수히 많은 일들을 3년 동안 시도하고 경험해왔다. 그냥 끌리는대로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공간 학교도 다녀보고 덴마크 시민학교도 다녀보고 프로그래밍도 배워보고 예비창업패키지도 지원해보고 책도 출간해보고 컨설팅 운영도 해보고 등등.


퇴사하고 일년 동안은 '일단 체력부터 길러보자' 라는 생각으로 운동부터 시작했었다. 헬스장을 다닐까 하다가 상상만 해도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 필라테스를 선택했는데 그게 신의 한수였다. 왜냐면 나랑 너무 잘 맞았기 때문이다. 만일 필라테스로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운동의 재미를 평생 못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 몸에도 근육이 붙는구나' 하며 마치 신기한 체험이라도 하듯이 근력운동을 했었다. 그때 알았다. 몸은 굉장히 정직하다는 것을. 인풋만큼 아웃풋이 나오는게 몸이더라. 한때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따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요새 다시 달리기를 하면서 가끔 그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일단 한번 운동에 재미를 붙이고나니 다른 운동들도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수영과 테니스도 배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새로운 활동들을 누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딱 이거다 싶을 정도의 좋아하는 일을 찾진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이 따로따로 노는 경험들은 거의 다 내가 끌려서 했던 활동들이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설레이는 포인트가 있다면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 보다는 '그냥 일단 해보자'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던 결과들이다.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는 어떤 일에 내가 설레여하는지 거의 눈치채지 못했었다. 그땐 그저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기 바빴고 쉬는 날엔 아무 생각 없이 쉬기 바빴다. 퇴사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잠자고 있던 욕구 세포들이 꿈틀꿈틀 깨어나기 시작했다.


잡스의 말대로 나의 점들도 언젠가 연결될 수 있을까?(나이도 한살한살 먹어가고.. 벌써 올해도 얼마 안남았네? 나도 이젠 좀 두렵단 말이다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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