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 보다폰(Vodafone)과 소프트뱅크

보다폰의 일본진출 실패와 소프트뱅크의 인수

by 신승훈 Aceit



지난번 다루었던 버라이존(Verizon) 사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통신산업은 해외기업이 진출하여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산업 중의 하나다. 각 국가들이 통신산업은 기간산업으로 보고있고, 또 안보 이슈 때문에라도 국영화 시키거나 국내 기업으로 플레이어들을 제한시키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영국의 이동통신사인 보다폰(Vodafone)은 통신 사업의 글로벌진출울 예외적으로 성공시킨 회사 중의 하나다. 현재는 매출 기준으로 차이나모바일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중국의 내수 비중이 높은 차이나모바일과 달리 보다폰은 약 31개의 국가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40개 국가와 협력중이다.


그러나 이런 글로벌 통신사 보다폰도 아시아 시장에서는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2001년 일본텔레콤을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뛰어든 일본 시장에서도 고전하다가 결국 소프트뱅크(Softbank)에 매각하였다.

이번 40, 41회 에피소드에서는 보다폰이 일본에서 왜 고전하였으며, 보다폰으로부터 사업을 인수한 소프트뱅크는 어떻게 시장점유율을 높였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이 블로그에서는, 케이스를 읽으며 개인적으로 느낀 점들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었다.


2000년대 중반 보다폰이 처한 상황

인생에서도 힘든 일은 몰려온다고, 당시 보다폰이 처한 상황도 비슷했다는 생각이 든다.

보다폰을 힘들게 했던 첫 번째 외부환경은 2G에서 3G로의 이동이었다. 하나의 폰이 2G폰으로도 사용되고 3G폰으로도 사용될 수 있던 해외시장과 달리 일본 시장에서는 이 변화를 완벽한 패러다임 시프트로 봐야했다. 또한 3G망을 위해 필요했던 어마어마한 투자는 인수금 회수 여부도 불확실했던 보다폰 입장에서 너무 큰 투자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보다폰은 3G 가입자 수에서 1,2위 업체였던 NTT Tokomo와 KDDI 대비 확연하게 떨어졌으며, 이는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외부변수는 MNP(mobile number portability), 즉 번호이동제도였다. 통신사를 옮기면서도 자신의 휴대번호를 유지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통신사 변경은 더욱 쉬워질 수 밖에 없었다. 이는 통신사에게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3위 업체이면서 3G망에서 열위를 보이던 보다폰에게는 그리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 보다폰의 선불전화기(Prepaid phone)가 범죄 증에 악용되었다는 사실이 보도를 통해 나오면서 보다폰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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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장과는 맞지 않는 글로벌 전략

그렇다고 외부요인만이 보다폰을 실패로 유인한 것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보다폰의 전략이 일본의 시장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글로벌 통신사"가 갖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어차피 '통신망'은 지역적 제한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사에게 특별히 유리하지 않다. 내 지역에서만 통신망이 잘 터지면 되는 것이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존재하는데, 바로 '로밍 서비스'이다. 다양한 협력과 사업 진출에 의한 보다폰의 글로벌한 영향력(Global presence) 덕분에 보다폰 고객은 더 쉽고 품질이 높은 로밍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로밍 서비스 때문에 보다폰을 선택할 고객은 일본 전체 시장에서 그다지 크지 않았다.

반면 '단말기 구매'에 있어서는 글로벌한 스케일을 갖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된다. 일본 시장만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 통신사가 구매할 수 있는 단말기 가격과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 통신사가 구매할 수 있는 단말기 가격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보다폰은 이런 규모의 경제를 통해 훨씬 더 경제적인 가격으로 단말기를 제공하며 일본 시장을 점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사실상 일본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략이었다.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의 보편적인 고객들과 달리 일본 고객들은 '최신의', 그리고 '고급 기능'들을 포함한 단말기를 원했다. 그러다보니 전세계 시장의 고객을 타겟으로 한 보다폰의 범용 단말기는 아무리 가격이 낮더라도 일본 고객들에게 어필되지 않았다.

3G망에서도 밀리고, 단말기의 매력도 떨어지며, 심지어 가격정책도 경쟁사 대비 공격적이지 못했던 보다폰을 일본 고객들이 선택할 이유는 별로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보다폰은 본사의 글로벌 전략이 분명 유효하고 일본 직원들을 충분히 컨트롤하지 못한다고 판단, 경영진만 교체하는 악수만 연이어 두었다.

교체된 CEO는 보다 공격적인 전략으로 단말기도 업그레이드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이미 타이밍이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결국 2006년 소프트뱅크가 당시 일본 M&A 역사상 최고가로 매수를 하며, 보다폰은 사실상 일본 시장에서 물러난다.


소프트뱅크의 이동통신 사업

소프트뱅크의 손정희 회장은 2006년 당시 시장 점유율 3위였던 보다폰-재팬을 인수하며 10년 내에 이동통신 사업 1위를 하겠다고 장담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8년 현재도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로만 보면 소프트뱅크는 3위에 머물러있다.(물론 회사 전체의 매출규모나 이익으로 보면 이미 다른 통신사들의 규모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뱅크가 이동통신 사업 진출 후 보여준 저력은 괄목할만하다.

인수 직후부터 보여준 차별화 된 '가격전략', 화제성 짙은 '광고', 그리고 무엇보다 선견지명을 갖고 선제적으로 거래를 성사시켜 준비한 '아이폰 일본시장 독점공급 계약'은 소프트뱅크가 시장 점유율을 7% 이상 끌어올리며 1,2위 업체와의 Gap 을 줄이는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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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소프트뱅크의 이동통신 사업에서의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은 '아이폰'의 독점계약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초기 아이폰의 독점계약을 따낸 통신사들은 모두 이득을 봤지만, 일본에서 소프트뱅크의 성공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매우 독보적이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LG전자, HTC, 모토롤라 등의 단말기 제조사에서 나오는 안드로이드 제품이 일본에서는 보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특이하게 Sony 등의 일본회사 단말기들이 삼성, LG, 화웨이 등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더 높은 브랜드보다 더 잘 팔린다.


여하튼 손정희 회장에게 승부사 기질이 있다는 점은 보다폰 인수에서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보다폰은 왜 못했고 소프트뱅크는 왜 할 수 있었는가?

사후적으로 보면 보다폰이 답답해보이고, 소프트뱅크의 결정은 당연해보인다.

그러나 나는 보다폰의 당시 고민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이미 보다폰은 여러 국가에 직접 진출하거나 협업을 맺어 글로벌한 통신사업을 경험해 본 베테랑 회사였다. 설사 일본시장이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본사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전략이 일본에서만 통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글로벌 회사에서 일 하다보면 매일 같이 듣는 이야기가 자기 나라 또는 자기 지역이 독특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지역적 특수성에 대한 불만을 곧이 곧대로 듣는 본사는 없다)

또한 설사 일본 시장이 특수하다고 하더라도, 일본 시장만을 위해 별도의 고급 기능을 담은 단말기를 출시한다는 것은 매우 듣기 불편한 전략이었을 것이다. 보다폰이 갖고 있던 글로벌 스케일을 활용할 수 없다면 보다폰만이 갖는 강점은 많이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일본 시장에서 설사 경쟁을 할 수는 있더라도 투자했을 때 생각한 ROI를 뽑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은 보다폰이 과감히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짐이 되었을 것이고, 본사 입장에서는 분명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믿고 CEO 등 리더를 교체했을 것이다.

사실, 당시의 시각으로 보자면 오히려 보다폰의 결정이 더 이성적으로 보이고 손정희의 결정은 너무 과감해 보였을 수 있다.

케이스 스터디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려면, 사후적 관점을 버리고 당시의 상황에 최대한 몰입하는 것이 좋다.


에피소드: 40, 41회 - [케이스 스터디] 보다폰과 소프트뱅크

패널:

- 신작가: '어떻게 경영을 공부할 것인가?' 저자

- 최팀장(국내 대기업 & 스타트업 경력 서비스 기획자)

- 석박사(글로벌 전략 컨설팅 출신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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