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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훈 Aceit Dec 25. 2018

잊지 말아야 할 2018

그리고 세가지 레슨

나에게 2018년은 사춘기 이후 기억에 남는 해들 중 가장 힘든 한 해였다.

항상 그 해의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기준으로 매년 스스로를 평가하던 내게, 2018년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저 잘 버텼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련을 극복하면 강해진다는 점을 비유할 때 운동을 예로 많이 든다. 이 비유는 운동을 통해 근육에 스트레스를 주면 이후 휴식을 통해 몸이 회복을 하는 과정에서 근섬유가 강해진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운동을 무리하게 하여 근육이 파열된다면, 특히 회복이 더딘 인대 등이 파열된다면 강한 근력은 둘째치고 장기간 운동을 하지 못해 기초체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된다.


올 한 해를 보내며 시련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많은 일들이 겹쳐 들어오면서 나는 내 마인드 근육이 터져버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원래 하고 있던 또 다른 많은 일들을 놓아야 했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팟캐스트를 중단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기개발을 중단한 것이었다.  이렇게 몇 가지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겨우 조절하여 다행히 쓰러지지 않고 금년을 넘길 수 있었다. 이렇게 힘들었던 2018년을 보내며 배운 점들을 블로그에 남기려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순간들은 정말 중요하다

올해 사랑하는 가족이 확률도 매우 희박한 아주 나쁜 병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놀라움을 느끼고,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두려움을 느끼다가, 나중에는 하필 왜 내 가족이 이런 병을 겪어야 하는지에 대한 분노도 느꼈다. 그러나 마지막에,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남아있는 느낌은 역시 슬픔이었다.

인생의 모든 것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실제로 마주하게 된 순간, '이미 알고 있었다'라는 사실은 전혀 충격을 덜어주지 못했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막상 눈 앞에서 지구가 멸망하는 모습을 보게되면 그 사실을 알았다고 '아, 내 이럴 줄 알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이 사건을 처음 받아들여야했던 당시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가장 아쉬운 부분은 '함께 한 시간과 추억'이다.

영원하지는 못하더라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고, 내가 얼마나 사랑하고 고마워하는지를 더 많이 표현하고 싶고,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인생을 살아오며 나는 주로 '더 가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나 '더 주지 못한' 부분에 대한 느낌은 아쉬움 보다는 슬픔에 가까웠다.


알고 있지만 느끼지 못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시간들은 정말 중요하다.


느낌이 주는 편견이 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다.

어떤 사람들은 '직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논리적인 생각보다 느낌으로 오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올해 여러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이 '느낌'이라는 것은 확률적으로 전혀 유의미하지 않은, 그러니까 결과에는 차라리 의미 없다고 보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하고, 회사를 이끌어가야하는 입장에 서며 나는 인재영입을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면접도 진행하였다. 그런데 뒤돌아보면 나의 기대, 느낌과 결과는 어긋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면접을 진행했던 한 사람의 경우 면접질문에 대한 답변도 만족스러웠고 대화에서 느껴졌던 사람의 느낌도 너무 좋아서 거의 채용을 확정 지었었다.  그런데 우연히 그 사람과 같은 직장을 다녔던 사람을 두 명이나 알게되어 Reference check를 해 보니 둘 다 너무나도 강한 부정적 의견을 주었다. 결국 이 사람의 채용은 보류하였다.

또 적합한 포지션이 생겨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지인에게도 제안을 해 보았다.  나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깊다고 생각하고, 또 내가 갖고 있는 열정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당연히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의외의 답변을 들었다.  당시에는 나 스스로 착각에 갇혀 사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이 외에도 첫 만남에 좋은 느낌을 받았던 사람이 이후에 보면 야비하고 고약한 사람인 경우도 많았고, 반대로 처음에 매우 비호감이고 역량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의외로 진국인 경우도 종종 마주했다.  이런 상황을 계속 겪다보니 나중에는 첫인상이 좋은 사람을 만나면 오히려 시니컬하게 보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예 느낌을 믿지 않기로 했다.

결국 '족적'이 가장 신뢰할만한 지표이다. 단, 여기서의 족적은 Resume에 적는 화려한 title을 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각각의 상황에서 보여준 처신이다.   

비지니스는 성과로 말한다.

사람은 행동으로 말한다.


가장 큰 힐링의 원천은 자신의 소명에 대한 믿음이다

일에서도 개인사에서도 나쁜 일 좋은 일을 떠나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한 해였다.

평균 140개의 일기를 썼던 지난 해들에 비해서 금년은 70개의 일기 밖에 쓰지 못했다. 그만큼 스스로 사색할 시간, 기록을 남길 시간 조차도 없었던 1년이었다.


직무 범위를 벗어나 너무 많은 업무에 관여하게되며 머리가 복잡해지고 , 회사의 안 좋은 일들만 보고/공유 받으며 심적으로도 지치고, 가족 등의 사적인 이슈로 감정도 복잡해지면서 가만히 있어도 목이 찌릿찌릿해지는 경험해보지 못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운동을 통한 스트레스 관리도, 비타민, 보약 등의 영양제도 아니고 '믿음'이었던 것 같다.


금년 겪어야 했던 모든 시련들을 단순히 '돈', 또는 '사회적 명성' 등을 위해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첫째로는 스스로 위대한 회사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둘째로는 결과와 관계없이 위대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내 인생을 투자한다면 그나마 후회없는 삶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남들을 따라 트렌드를 따라 움직이기보다 한가지 믿음을 갖고 꾸준히 버텼을 때 얻는 장점이 있다. 바로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다.

20대 이후로 줄곧 기업, 비지니스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관련한 책도 쓰고 하다보니 어느새 다른 길로 들어가기엔 너무 아까운 시점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미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도 했고, 그나마 아는 것이 이 분야이기 때문에, 커리어를 끝내는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 이 분야에서 무언가를 이루기위해 노력한다면 인생에서 최선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자기관리로 시련을 이겨낼 여유는 갖지 못했다.  깔끔하게 여행을 다녀오면서 회복할 시간을 갖지도 못했다.

현실은 다크서클에 골골되며 카페인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모습이었지만, 그나마 이 믿음 덕분에 매일 아침 다시 감고 싶은 눈을 뜨고 일어날 수 있었다.

자신의 소명에 대한 믿음.  그 어떤 것보다 강한 힐링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은 나에게 잊지 말아야 할 한 해다.

버텼고, 이겨냈다.

성숙해지고, 발전했다.


대학교때 중국 친구 한 명이 나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더 깊게 떨어진 공이 더 높이 튕겨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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