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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훈 Aceit Mar 13. 2021

리더가 만족을 느끼는 순간

확실한 것은 재무제표를 볼 때는 아니라는 것

리더가 직원의 행복감을 어떻게 끌어올릴것이냐에 대한 조언은 많다.

(물론 그 조언들이 효과가 있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그런데 정작 리더는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에 대한 글을 거의 없다.

아마도 공감을 느낄 대상의 n수 자체가 적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우리회사에서 신규 채용도 꽤 있었고 몇 가지 인사발령도 있었다.

그것들이 회사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물론 믿음이 있기 때문에 결정을 내린 것이지만 뭐 인생이라는 것이 항상 좋을 때도 있고 나쁠때도 있는 것 아닌가? 그 결과라는 것도 결국 "언제" 평가하는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결과와는 별개로 채용과 발령 후 몇 번의 기분좋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 기분좋은 순간들은 바로 신규입사자 또는 승진자가 자신감과 책임감을 갖고 신이 나서 일을 하려는 모습을 볼 때였다.


이번 인사시즌 전에도 비슷한 정도로 기분이 좋았던 적이 있었다.

금년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였는데 팀장 한 분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자신감있게 발표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팀장은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하고 강점과 약점을 분석했을 때 "발표"가 다른 점들에 비해서 약하다고 생각했던 분이었다.  그리고는 컨설팅 출신의 부서장을 붙여주고 약 2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이 날 그가 보여준 발표스킬은 모든 팀장들 발표 중에서도 최상급이었다.

퍼포먼스도 인상 깊었지만 더 기분 좋았던 것은 내가 칭찬을 했을 때 그 분이 나에게 준 답변이었다.


"감사합니다. 많이 해 보고 연습하니 되더라고요. 감사 드립니다."


이 대답이 왜 그렇게 기분좋게 들렸을까?  확실한 것은 그 날 사업계획 내용들 보다도 이런 부분을 생각하며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 팀장 외에도 기분 좋은 인상을 준 분이 조금 더 있었다.)


리더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도 리더가 가장 기분 좋을 때는 좋은 성과가 적힌 재무제표를 볼 때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좋은 성과는 필요하다. 우리 회사는 작년 처음으로 경영목표를 달성하며 좋은 성과를 거두었는데, 이 숫자를 바라보며 내가 느낀 감정은 솔직하게 "기쁨과 행복" 보다는 "안도감"에 가까웠다. 

경영은 한 두 해의 싸움이 아니다.  목표달성 또는 좋은 성과는 숫자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그 다음 해의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성과가 좋지 않으면 비용을 집행하는데 보수적이 되고 이는 매일 내려지는 수 많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다.  성과가 좋지 않으면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주고 이는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더 높은 비용을 지출하게 만들며 리스크를 더 회피하게 만든다. 

따라서 좋은 성과는 다음 해, 그리고 그 다음 해에 마주할 수 있는 여러 도전들을 해쳐나가는데 좋은 맷집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준다. 


사실 리더로써 행복은 성과와 같은 정량적인 것보다 매우 정성적인 것들을 보면서 느끼게 된다.

예를들면 좋은 성과를 거둔 후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회사에 자부심을 느낄 때", "높은 부채비율로 가슴 앓던 재무부서가 안도의 웃음 지을 때", "성과 인센티브를 받고 기뻐하는 직원을 볼 때" 등이다.


물론 리더가 행복한 순간들이 꼭 좋은 성과의 부산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예를들면 위에서 설명했듯 승진, 교육 등을 통해 직원이 높은 Ownership을 보이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때에도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이런 행복감을 느끼는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

원하는 수준의 역량들 직원들이 보이기까지는 꽤 많은 코칭과 경험이 필요하다. 한 두번의 피드백으로 바뀌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가끔씩은 이 과정에서 서로 지치기도 하는 것 같다.  리더 입장에서는 비슷한 피드백을 재차 주는 것이 지치고, 직원 입장에서는 듣던 소리 또 듣는 것에 지친다.

하지만 정말 어느 순간 탁 치고 올라오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사람의 역량이 올라오는 속도는 절대 선형적이지 않다.


한편 리더로써 역량은 어떻게든 코칭을 해 줄 수 있는데,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거나 Ownership을 갖게 만들기는 훨씬 힘든 것 같다.  그러다보니 직원이 자신감과 Ownership을 갖고 무언가를 해 보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어느때 보다도 행복감을 느낀다.


경험해 볼수록 경영과 육아가 비슷한 것 같다.

말을 가르쳐 주려고 반복해서 알려주어도 그 때는 잘 못 따라해서 부모를 실망시키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유창한 문장으로 부모를 놀라게 한다.

아이들 때문에 가장 힘들지만 아이들 때문에 웃는다.


경영도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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