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장애인 주차증

by 천동원


아파트 장애인 주차장 앞에 서 있던 그날 아침의 공기는 묘하게 무거웠다. 출근길이었지만, 늘 지나던 그 자리가 유난히 눈에 밟혔다. 파란색 바닥 페인트가 벗겨진 장애인 주차 면, 그 한가운데 떡 하니 자리 잡은 검은색 SUV 한 대. 사실 이런 장면은 아파트 주민이라면 누구나 몇 번쯤은 보고 지나가는 일이다. 바쁘면 “뭐 알아서 잘하겠지” 하고 넘어가게 된다.



그런데 그날은 유난히 이상했다. 유리창에 걸린 장애인 주차증—그 모양새부터가 어딘가 어설펐다. 색감은 일반 스티커와 비슷했지만, 글자 간격이나 마감이 미묘하게 달랐다. 눈에 익은 정식 태그와는 달랐다. 나는 CG 업무를 하다 보니, 이런 작은 차이를 유난히 잘 보아내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스티커를 보는 순간 바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마음이 계속 거슬렸다. 장애인 주차구역은 단순히 ‘편한 자리’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속도와 위험을 크게 좌우하는 자리다. 그 공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침범하는 것은, 겉으로 보이진 않지만 분명한 약탈이다. 그래서 나는 결국 안전신문고 앱을 켰다. 사진을 찍고, 상황을 설명하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솔직히 말해 신고하면서도 기대는 컸다. “저건 누가 봐도 이상한데, 바로 확인되겠지.”



그리고 며칠 뒤, 회신이 왔다.



“정식으로 발급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판단’?



나는 한참 동안 그 한 문장을 바라보았다. ‘정식 발급’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아니고, ‘위조 흔적이 없다’고 설명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판단. 마치 “보아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뭐… 아마도?”라는, 책임을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놓은 표현 같았다.



머릿속에서 한참 동안 문장을 다시 굴려보았다.


“판단이란 말이 도대체 어떤 의미인가?”



공무원의 시선이나 감각에 따라 달라지는, 모호함의 표현일 뿐이다.



“그냥 대충 보고 넘긴 건가?”


문득 이런 생각까지 스쳤다.



왜냐하면, 나는 그 스티커가 더더욱 수상하다는 느낌을 이미 여러 차례 받아온 터였다. 그 차량의 번호판, 주차 위치, 그리고 매번 시간을 가리지 않고 대놓고 장애인 구역을 점령하는 태도까지. 오랜 기간 아파트에 살다 보면 사람도, 차량도, 패턴도 눈에 익는다. 그리고 그 차량의 주인이 실제 장애인 주차증을 사용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가까운 누군가’의 것을 빌려 쓰거나—더 나쁘게는—위조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누적된 상태였다.



그래서 민원을 넣은 건데, 돌아온 답이 고작 “판단된다”는 말이었다.



그 말은 곧,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혹은,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겠다는 말처럼도 들렸다.


누군가가 공문서를 위조해 주차장을 점령하고 있어도, 그것을 깊게 들여다볼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는 모두 ‘정식 같아 보이는 무언가’로 흘러들 뿐이다.



그때부터였다. 공무원의 답변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혹시 정말로 관련 공무원이 위조된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건 아닐까?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억측이다. 하지만 도무지 믿기지 않는 행정 처리 앞에서는 이런 농담 섞인 의심조차 자연스럽게 피어오르게 마련이다.



행정은 공정해야 하지만, 때로는 기계적인 태도에 가까워야 한다. 명확한 증거에 따라 ‘맞다/아니다’를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특권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판단됩니다’라는 말은 공정함의 언어가 아니었다. 그건 책임 회피의 언어였다. 그리고 이런 언어는 작은 부정들을 계속해서 허용한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차량이 장애인 주차장에 서 있는 모습을 가끔 본다. 그리고 스티커는 여전히 어딘가 어색하다. 한 번의 실망이 주는 피로감은 예상보다 오래간다.



‘판단’이라는 말 대신, 근거를 찾아 명확하게 행정을 하는 공무원의 확신에 찬 공무처리가 아쉽다.



컴퓨터 조회만 하면 차량번호, 장애인 주차증 발행 일시, 차량 소유자 등이 금방 표시된다.



그래서 ‘판단’이라는 단어는 그 차량이 공무원의 것이고 직권남용으로 위조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짙어지게 만들었다.



장애인 주차증 위반은 공문서 위조범죄로 벌금만 300만 원이고 고발이 될 경우에 징역형 집행유예이다. (유튜브명 “딸배헌터”(유튜브주소 @딸배헌터) 참조) 재고발을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