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수소문하여 황선배를 찾아갔다. 일산 신도시 중심가에 ○○핸드폰 직영대리점이라는 간판이 있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진열대 뒤편에서 손님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황선배가 보였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선배의 얼굴은 그대로였다.
사회 초년생 시절 동안은 대학생 4학년의 얼굴이 당분간 그대로이다. 왜냐하면 대학교 3학년에서 4학년이 되는 순간 원숙함과 노련함이 얼굴에 나타나 그때 이미 수년의 시간을 늙어버린 채 사회로 나서기 때문이다. 4학년인 그녀도 수년 늙은 노련함의 태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손님이 물러나자 그녀는
“선배, 안녕하세요?”
그는 그녀를 보자 기억이 나지 않았는지
“누구?”
“방송국 후배 김민혜입니다.”
“김... 민... 혜...”
잠시 머뭇거리며 생각을 하더니,
“아하! 민혜구나. 반갑다. 졸업하고 나서 방송실에 간 적이 없어서 얼굴이 금방 떠오르지 않았어, 미안”
“선배, 사실은 의심스러운 게 있어서 확인해보고 싶어 불쑥 찾아왔어요.”
그녀는 우연히 자신이 접속했던 사이트 이름과 그 이후로 핸드폰이 버벅거린다는 말을 했다. 또한 평상시와 다름없이 핸드폰을 사용하는데도 데이터 사용량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가만히 그녀의 손을 잡고 대리점 한켠의 2층 계단 경사 밑에 가려진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함께 들어갔다.
그 공간은 의외의 장소였다. 보통은 청소도구함이나 스페어 창고로 사용 됨직한 공간이 내부는 1층과 2층의 계단참의 공간과 함께 넓게 확장되어 있었다. 책상 서너 개는 충분히 놓을 수 있는 여유로운 장소였다. 그곳 한쪽에 모니터 3개가 올려져 있었고 그 책상 옆에 조그만 깜빡이 등이 빨갛게 반짝이는 통신기기처럼 보이는 기계들이 서너 개 정도 겹쳐져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핸드폰을 컴퓨터에 연결하여 시스템 파일을 컴퓨터 화면에 펼쳐 보이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았다. 그리고 그는 의심되는 어떤 프로그램 코드를 찾아내어 그것이 몇 개나 있는지 그리고 그것과 연결된 코딩들을 체크하였다. 연결된 프로그램 문장 속에서 broadcast라는 코드도 찾아내었다. 그는 시스템 파일에 스파이웨어가 심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메일 주소만 알면 그 포탈을 이용해서 회원가입 시 등록해 놓았던 그 사람의 모든 인적사항을 알아내지.
이메일 주소는 네가 접속한 한민족의 목소리 방송에서 쌍방향으로 연결되게 스파이웨어를 심어서 너의 컴퓨터에 있는 모든 것을 들여다 보고 개인 신상과 일상 정보를 캐내는 것이지.
또한 컴퓨터와 핸드폰 심지어 인터넷과 연결된 너의 방의 모든 캠을 작동시키거나 기록을 할 수 있지.
개인사찰이 명백한 불법이지만 일반인으로서는 모르는 영역이니까 그런 게 있는지조차도 인식을 못하는 거지. 그리고 개인적으로 감시를 당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또 아는 방법도 없지.”
선배의 말을 들은 그녀는 첩보 영화나 스파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런 장면들이 연상되었다.
황선배는 뒤이어 말했다.
“프로그램 구조가 복잡하고 세부적으로 모든 것을 수정할 수 없으니 핸드폰을 초기상태로 포맷시키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어때?”
“그렇게 해주세요.”
선배를 만나서 인사하고 서로 간 잠깐의 근황을 묻고 나서 계단 밑의 여유 공간으로 들어와서 그녀의 핸드폰을 그의 컴퓨터에 연결하여 체크한 지 30여 분 정도 흘렀을까. 핸드폰이 초기화되었고 사소한 물건과 방을 정리하는 사이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핸드폰 대리점 점원이 경찰이 왔다고 사장님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문 밖을 나가보니 지구대 경찰 2명이 보였다.
“신고가 들어와서 잠시 여쭙겠습니다. 혹시 불법 무선 주파수를 사용하셨나요?”
“아니요.”
경찰은 주소와 대리점 등록증, 대표자 인적사항 등을 확인하였다.
경찰들의 질문은 흔히 있는 질문들이 아니었다. 그냥 시간을 끌려는 무의미한 질문들이었다. 가게의 개점일이 언제냐? 점원은 몇 명이냐? 무슨 제품이 인기가 있냐? 자급제 폰은 어떻게 해야 가장 싸게 구입하느냐? 등…
선배는 귀찮은 듯 질문에 답하면서 물었다.
“그런데 왜 그런 게 필요하지요?”
그의 질문에 경찰이 이런저런 말로 대화를 이어가는 중에 말쑥한 정장 차림의 중년 두 명이 가게로 들어왔다. 그들은 경찰들에게 신분증을 보이자 경찰들은 뒤로 물러서며 수고하시라 말하고는 가게를 떠났다.
중년의 사람들은 그에게 작업실을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선배는 뭐 때문에 이러느냐고 물으며 거부의사를 나타내었다. 중년의 사람 중 한 명이
“저희는 한국 통신관리 감독자들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파통신 보안관리 체계를 담당하는 국가 공무원이라고 하였다. 그들은 그에게 신분증을 보여주며 선배를 설득하는 말로 대리점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운용하는 컴퓨터를 보여달라고 하였다. 선배는 완강하게 거부하였다. 보여줄 이유도 당위성도 없었다.
그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어디엔가 전화를 걸었다. 그러면서 앞서 경찰들이 했던 것과 같은 부류의 질문들로 선배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돌아갔다. 그들은 필요하다면 영장 없이 긴급 수색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들 같았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은 그들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을 때 뭔가 다른 지시를 받았으리라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