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스미싱

by 천동원

언제부턴가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메모를 작성할 때 문자가 잠깐씩 흔들리거나 화면이 떨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녀는 메모리를 클리닝 안 해서 그런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갈수록 그런 현상들이 빈번해진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노트북으로 ‘한반도의 목소리’라는 사이트에 우연찮게 접속했던 이후에 핸드폰에 화면이나 문자가 떨리는 이상 현상이 생긴 것 같았다. 개인 정보와 사적 일상을 거울을 보듯 들여다보는 존재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의심이 생겼다.



그러다 문득 학교 방송국 황선배를 떠올렸다. 그 선배라면 나의 엉뚱한 의심을 해소해 줄 것 같았다.



황인성. 그녀가 입학했을 때 그는 졸업반이었다. 항상 후배들에게 웃음을 보이고 4학년다운 어른스러움이 말과 행동에서 나타났다. 어쩌면 그의 태도는 새내기인 그녀가 처음 겪는 대학 생활이기에 4학년이라는 노련함이 묻어나는 여유일 수 있었다. 그 여유로움의 해이함이 황선배를 실수로 이끌었다. 그것은 대학 생활의 마지막 학기 때 벌어진 일이었다.



여자 친구와 함께 저녁 늦게 방송실에서 그냥 시간 보내기를 하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뜨거워져서 방송 기계 앞에서 사랑을 나누었는데 방송 스위치를 켜지는 쪽으로 건드리는 바람에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소리가 교내에 울려 퍼졌다. 그것도 모르고 그들은 짙은 사랑을 나누었다. 늦은 저녁에 가로등이 켜진 캠퍼스의 교내 스피커에서 나오는 남녀의 신음 소리는 섹스쇼를 연상케 할 만큼 흥분을 일으키는 소리였다.



결국, 그 사건에 대해서 교수인 교무 처장과 교육부 파견인 행정실장 등 관련인들의 회의 결과, 한 달간 정학으로 징계가 이루어졌지만, 그 사건 이후로 그가 받은 학교의 징계는 학교 서류상 기록으로만 남게 되었다. 왜냐하면 황선배는 마지막 학기를 취업 인턴사원 활동으로 등록을 해놓았기에 정작 본인의 학사일정에서 차질은 없었다. 그러나 상대방 여학생은 학기 중 그것도 시험기간이 겹쳐진 정학 기간이라서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했다.



그 사건 이후로 황선배의 소식은 한두 번 들었었다. 핸드폰 직영대리점을 운영한다는 소문을 들었었다. 피 끓는 청춘남녀의 사랑 나눔이 죄가 될 수 있는 학교가 진리와 자유 탐구라는 기본 가치를 학생들에게 내세울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사랑 나눔에 대한 죄를 굳이 묻는다면 아마도 방송기기 오작동 실수죄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