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문장을 드립니다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도 많이 웃고 많이 움직이자.”
그런걸 뭐 다짐까지 하나 싶지만, 하루의 시작에 한번 입밖으로 내어 말하는 것과 그냥 하루를 보내는것에는 차이가 많이 있다. 한번 더 인지하면 그만큼 더 움직이게 되고 웃게 되더라. 해보니까 그렇더라. 그래서 최대한 많이 말하고 쓰는 중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서.
오늘도 어김없이 거울속의 나와 대화를 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양치질을 하고, 다시 방으로 와 커튼을 걷으니 비가 내리고 있다. 올 가을은 유난히 비가 더 많이 오는 것 같은데? 나무가 알록달록 물들기도 전에 나뭇잎이 다 떨어질 것 같아서 왠지 불안하다. 안그래도 짧은 가을,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 그리고 사랑하는 달 10월을 이렇게 비로 다 보내버리는 거 같아서 아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웃자고 다짐하자마자 화가 나는 상황. 화낸다고 달라지는건 없으니 웃어야지. 비가 와서 오히려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지.
비가 그친 듯 해서 바로 옷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비오는건 참 싫은데, 비온 후는 좋다. 천천히 걸으면서 풀냄새와 비온후의 공기를 실컷 들이마셨다. 화나고 아쉬운 마음이 싹 사라지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참, 단순하다. 어쩌면 그래서 하루하루가 더 알차고 즐거운 것일수도. 눈앞의 것에 집중하니까. 고민도 길게 안하고, 순간을 오감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니까. 누군가는 그렇게 살지말라고 하겠지만, 난 이렇게 사는게 좋다. 하루가 행복하면, 평생이 행복할 테니까. 따로 행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 순간에 집중하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으니까.
이 순간에 집중하고 싶어져서 원래의 계획이었던 러닝을 접고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주변 풍경도 보고 달라진 나뭇잎 색도 보고. 아침운동인지, 아침식사인지 하느라 바쁜 오리, 왜가리, 백로들도 만나고. 이런 장면들을 거의 매일 볼 수 있는 환경이라니. 사계절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환경,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사와서 가장 좋은 점. 가까운 곳에 산책로가 있다는 것, 조금만 걸어가면 공원들이 많다는 것. 그 어떤 편의시설들보다도 마음에 든다.
산책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빵과 커피 향이 콧속으로 흘러들어왔다. 향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매일 지나다니면서도 몰랐던 작은 카페. 새로 생긴걸까? 아니면 그동안 진짜 아무 생각없이 뛰어다니느라 몰랐던걸까? 홀린 듯 카페로 들어가 신중하게 빵을 고른 후, 커피도 한잔 같이 주문해서 자리에 앉았다. 눈앞에는 빵과 커피, 창밖으로는 조금씩 색이 변해가는, 아직은 잎이 무성한 초록 나무들.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