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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슬비 Aug 03. 2023

에너자이저가 되고싶어!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내가 가급적 운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도 하고 싶은 일을 오래, 많이 하기 위해서이다. 일 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생각이나 상상조차도 에너지가 드는 일이니 나는 에너지잔뜩 필요한 사람이다. 에너자이너 배터리 광고에 나오는 캐릭터 같은 같은 사람이고 싶다. 하고 싶은 일들을 백만 스물 하나! 백만 스물둘! 까지 해내는 사람말이다.


그러나 나는 에너자이저가 아니다. 특히 요즘엔 에너지 사용에 한계를 느낀다.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 에너지 소진이 빨리되는 것 같다. 마치 효율을 다 한 낡은 배터리 같달까. 조금 더 어렸을 땐 퇴근 후 하루에 3개의 취미 혹은 일을 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1개도 벅차다. 이럴 때일수록 운동을 더 하면 괜찮아질까 싶어 운동을 열심히 하면 '운동'밖에 할 수 없게 된다. 체력 증진 대화 때마다 운동카드를 꺼내는 운동무새들에게 어퍼컷을 날리는 순간이다.


운동 말고 에너지를 얻을 순 없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파워 E성향의 나는 사람들에게서 에너지를 얻어왔다. 다만 그 대상이 아주 친한 친구와 가족들 한정이었다. 어렸을 때는 유독 직장이나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진하곤 했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할 땐 사람들에게 많은 곁을 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직장에서도 에너지를 소진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높게 친 벽은 긍정적 에너지까지 차단해 버리는 효과를 낳았다. 요즘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 벽을 낮추고 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과거에 사람들에게 받았던 상처들이 반면교사가 되어 이제는 적당한 선을 스스로 그을 수 있고 때로는 융통성 있게 선을 그었다 지웠다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이가 드는 것은 서글프지만 젊었을 땐 모르는 지혜와 미덕을 알 수 있다.


요즘은 사람들에게 내 일상도 공유하고 오늘의 이슈에 대한 나의 생각도 이야기한다. '일' 얘기만 하려고 했던 과거의 내 모습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서로 생각을 공유하며 서로 다른 점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내 생각을 공감받았을 때 연대감을 느낀다. 이러다가도 언젠가 기분 나쁜 일이 생겨 에너지를 빼앗기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다시 또 이야기하며 에너지 얻으면 되니까.


운동으로 얻은 에너지는 물리적인 에너지여서 소진을 느리게 할 수 없다. 반대로 사람들과 주고받았던 긍정적 에너지는 마법사의 물약같이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초인적인 에너지를 주곤 한다. 이렇게 얻은 에너지로 퇴근 후 2~3개의 개인 일과를 소화한다. 그리고 공유할 일상거리가 더 생겼다. 다음날 출근해서 또 이야기를 나눈다. 에너지가 기분 좋게 선순환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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