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브랜드 마케터의 일에 대하여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다소 거창하게 말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내가 일상 속 주로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는 질문들이란 누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사람들은 어떤 일상을 살아내고 있고 지향하는지, 혹은 내가 이렇게 이야기 했을 때 상대는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지 정도이니 말이다.
역사적으로 살펴 보면, 브랜드는 항상 철학을 동경해 왔던 것 같다. 시간을 초월해 살아남은 철학적 이론들과 성공한 브랜드는 모두 그 나름의 고유한 가치관과 신념의 체계를 가진다는 공통점이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의 뿌리를 찾아보면 놀랍게도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본질적인 호기심으로 귀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화려한 형태만 있고 철학이 없는 브랜드는 잠깐 반짝일 수는 있어도 장수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들 또한 존재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철학은 물리적 상품의 소비와 소유의 경험을 초월한 가치,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고자 하는 정신적 도달점 이자, ‘철학을 한다’ 라는 행위의 과정 으로서의 두가지 의미를 모두 지닌다. 일상속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지향하는, 삶에 대한 태도로서의 그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행위로서의 철학을 하는 것과 브랜드적으로 사고하는 것 모두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시각과 관점을 제공하는 렌즈로서 기능한다. 물론 분명한 차이는 있다. 세상의 옮고 그름과 진리를 추구하는 고매한 철학과 달리 브랜드는 자본주의적 목적에서 시작된 도구일 것이니, 누군가는 철학과 브랜드를 동일선상에서 함께 논하는 것 자체가 ‘불경’하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이 둘이 어떻게 서로를 보완하며 나의 일상을 더 풍요롭고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었는가 이다. 철학의 초월적 촌철살인이 내가 사랑하는 다양한 브랜드 들과의 동고동락과 시행착오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일상속에서 실습 되고 구체화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이다.
철학은 일상 속 마주하는 사건들을 관통해 내가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돕지만, 때로는 너무 관념적이어서 혹은 모두를 위한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이어서, 오직 실제하는 경험을 통해 나와 나의 세계를 인지하는 지극히 ‘육체적인 존재’인 나라는 사람에게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반면, 브랜드는 이러한 신념과 가치관의 세계에 감각과 경험이라는 물성을 부여한다. 상품과 광고, 수많은 메시지들로 육체성을 부여받은 브랜드들을 통해 나는 나의 실존하는 내 주변의 세계를 더욱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경험한다. 또한, 물질적 유한성으로 인해 구매에 선택을 강요함으로써, 나의 일상 속 의식적 고민이 현실 속 실천의 영역으로 바로 연결 되어 때론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신념을 더욱 강화 하기도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소유하고 경험하는 브랜드들은 가까운 곳에서 나에게작은 위로와 기쁨을 주는, 혹은 모호한 감정이나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는 즉각적인 각성의 기제가 되어주었다. 직접 보고 느끼고 만질 수 있는 것들에 의해서 나의 일상은 구성 되었다.
고로 브랜드는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감각의 집합체로서, 철학을 시험하고 실습하는 팔과 다리, 즉 도구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의미와 방식에 대해 사고하는 것을 돕는다.
꽃을 보듯 애정 어린 눈으로 나와 주변의 세계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일, 특정 브랜드와 사랑에 빠지게 된 때와 그 시절의 나에 대해 추억하는 일, 그것을 같이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는 것, 혹은 또 그것들을 만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나 철학에 대해 사유하는 것. 어쨌든 내 삶을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는 마음. 그 사유의 결과를 소유와 경험의 실천으로 이어나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내가 삶을 너무 무겁지 않게, 소중히 생각하며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브랜드와 더불어 사는 삶이 일상을 어떻게 조금 더 풍요롭고 즐길만한 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 싶다.
나는 일상 속 에서 ‘철학을 하는 일’ 이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