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물 Nov 17. 2019

마중보다는 배웅을

겨울을 마중하는 빗소리를 듣다가

처마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가만히 누워 듣는다.

- 비 많이 온다. 한참 안 오더니
- 응 계절이 바뀔 때 오는 비래. 겨울을 마중 나가는 비. 교수님이 그러셨어.
- 그래서 마중비라고 하는구나.

겨울을 맞는 빗소리를 더 듣다가,

- 근데 난 마중보다 배웅이 더 좋은데. 생각해 봐 올 때는 아유 먼 길 오셨다고 서늘함을 몰고 와서 감사하다 맨발로 격하게 환영하더니,

갈 때는 뒷모습에 눈길 한 번 안 주고 다음 손님을 맞이하는 꼴이잖아. 좀 서러워. 마중은 시원찮아도 좋으니까 잘 보내줬으면 좋겠어.
- 마중은 얌전하고 배웅은 격하게?
- 응 엄청 신나게. 고마웠어요 잘 가요 손을 최대한 높게 흔들면서.
- 배웅비.
- 응 우리는 이제 배웅비라고 부르자
- 그러자, 배웅비.

배웅비가 처마에 부딪히는 소리를 더 듣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집에서 가장 작은 동물에게 나는 늘 백기를 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