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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라 Aug 28. 2022

더 이상 부족함이 없습니다

행복도 바라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그간의 근황을 잠시 쓰겠습니다.

포르투갈 해안길 풍경. 해군들이 열중쉬어를 하고 있다. 2022


귀국 후 2주간 시차적응

예전에는 길어도 1주일이면 시차가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무려 2주나 걸렸습니다. 진짜 아침 9시까지 잠이 안오더군요. 일어나면 낮 3~4시. 낮이 낮이 아니고 밤이 밤이 아닌 생활. 일부러 과음을 해서 일찍 자 보았지만 새벽 1시에 깼다가 아침 9시까지 잠이 안오고, 결국 또 아침에 잠들어 늦은 오후에 일어났습니다. 진짜 말 못할 괴로움이었습니다.



행복한 백수 생활

알고는 있었습니다. 내가 한량 체질이라는 걸

어떤 사람은 '집에서 노는 것보다 차라리 일하는게 낫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냥 집에서 한량하게 있는게 좋습니다. 남은 영상 편집 마치고, 책을 많이 읽었죠. 책은 주로 인문학, 에세이를 읽습니다. 단편 소설도 읽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작가의 책을 몰아서 다 읽었습니다. [김동식 소설집]입니다. 책 읽는게 그저 시간때우기, 순간의 재미인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지금의 여유로운 나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꾸준히 운동도 했습니다. 아! 그리고 술을 자주 마셨군요.. 이건 좀 고치고 싶습니다.



더 이상 부족함이 없습니다

더 이상 부족함이 없습니다. 무엇도 바라는 바가 없습니다.

한 때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내가 쓴 에세이가 교보문고 평대에 오르고 인기를 얻고 권선생이 아닌 권작가님 소리를 듣고 싶었던 때가 있었죠. 원고료와 가끔 나가는 강연료로 적게 벌어 소박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돌이켜보니 허세였네요. 지금은 더 이상 바라지 않습니다.


돈은 별로 없습니다. 한 때 돈 욕심이 있어 주식도 했지만 좀.. 많이 잃었습니다. 부자되기, 파이어족.. 지금은 더 이상 바라지 않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성격 중 하나, 외로움을 잘 타지 않습니다. 외로움에 약했다면 이미 결혼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좋은 인연을 거부할 필욘 없습니다. 혼자여도 문제 없습니다. 더 이상 바라지 않습니다.


유튜브는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역시 저는 재능이 없군요. 노력은 좀 했습니다. 이미 80편이나 만들었으니 그래도 '노력은 했다' 라고 할 순 있겠습니다. 앞으로 계속 노력해도 안 될 수 있습니다. 뜨지 않아도 문제 없습니다. 더 이상 바라지 않습니다.



남들이 모르는 나의 10가지 사실

여행 중에 다른 사람의 인스타 스토리를 보다가 무슨 '~적어보기' 같은 걸 보았습니다. 아마 그 때 와인에 취해 있었나봅니다. 나도 쓰고 스토리에 올렸다가 다음 날 삭제하였습니다. 나름 진지하게 쓴 글이라 여기에 올려봅니다.


1. 일과 세계 여행을 반복하며 10년째 살고 있지만 진정 하고 싶은 건 작가로서의 삶이다.

2. 그런데 이제서야 깨달았다. 나는 재능이 없다는 걸.

3. 남들은 나를 자유롭다고 보는데, 사실 떠날 수 밖에 없는, 떠남에 구속되어 있다.

4. 한 때 사진에 미쳐서 장비와 배움에 시간과 돈, 열정을 많이썼다. 스튜디오 사진빼고 현업 가능하다고 생각. 지금은 장비 다 처분하고 하지 않는다

5. 미니멀리즘이라 돈을 별로 안 쓴다. 그 모은 돈으로 여행을 다닌다.

6. 좋게 표현하면 애주가, 객관적으론 알콜의존증이다. 3년 전부터 많이 줄였다.

7. 대자연 속에서 은둔자 생활을 꿈꾼다. 마치 비트겐슈타인이나 샐린저처럼. 아이슬란드 백패킹 같은 곳을 추구.

8. 다수의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피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사람을 케어하고 그들의 성장을 북돋는 일이었다.

9. 일적으로 지난 2년은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10. 사실 한국가고 싶은데 항공권이 비싸서 못 가고 있는 중. 편도 70만원?! 이 가격엔 못가겠다. 한국가서 쓰고 싶던 에세이를 완성하고 싶다.



최근에 가끔 존재하는 이유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곤 합니다. 삶에 더 이상 부족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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