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1인 클럽 수기를 마치며
지난해 여름 무작정 시작한 1인 클럽 활동. 겉으로는 가벼운 취미 생활의 옷을 입었지만, 오래 묵은 무기력으로부터의 본격 탈출 작전이기도 했다. 6개월 차에 접어든 현재. 어떤 것은 여전히 이어 오고 몇 가지는 방향을 바꾸거나 잠시 멈춰 두었다. 가을부터는 그 이야기를 한 편씩 브런치북에 적었는데, 아래 소개 글로 문을 열었다.
오늘도 출석률 100%를 기록하는 1인 클럽을 소개합니다. 글쓰기 모임, 밤산책 클럽, 집밥 살롱, 금요독서회…. 이름은 근사해 보이지만, 멤버는 언제나 한 명뿐.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려는 극복담은 아니에요. 관계가 무겁고 집 밖이 멀게 느껴지던 어느 혼자가 삶을 굴려 보려는 실험입니다. 당신이 이 글을 읽는 동안 우리 모임은 잠시 둘이 될 거예요.
이렇게 시작한 챕터 1은 클럽 개설과 이행, 홀로 떠난 여행을 통한 점화까지의 스토리로 채워졌다(참조: 클럽 활동 보고서 - 첫 번째 챕터를 마치며).
오늘은 챕터 2부터 전체 기간을 회고하는 두 번째 활동 보고서를 끝으로, 지속과 확장에서 변화와 전환으로 나아간 반년간의 1인 클럽 수기를 매듭지으려 한다.
Chapter 2: 활동 보고서
1. 글쓰기 모임 (MOI)
주 1회 주말, 카페에서 모임.
챕터 2 기간에는 주로 브런치북에 올릴 글을 썼다. 업로드 주기를 늦춰 부담은 버리되, 꾸준히 다음 글을 올리는 데 의의를 뒀다. 12월 취업으로 인해 사실상 종료했다가, 예상외로 일찍 퇴사하게 되면서 재개했다.
지난 반년가량의 성취라면 역시, 이 브런치북 “클럽이라고 불러 줘”의 완결이다.
올해는 휴식을 갖고 새로운 시리즈 연재를 도모해 봐야겠다.
2. 밤산책 클럽 (B-side Walk)
주 3회 목표, 저녁 식사 이후 동네 산책.
‘집 밖으로 나가자’와 ‘걷기 운동이라도 하자’, 이 두 가지의 목적을 가진 클럽. 처음에는 여름이라 밤 산책이 자연스러웠고, 기온이 내려가면서는 차츰 낮 산책으로 전환했다.
구직 활동이다 뭐다 늘 핑계가 많았으나, 어떻게든 외출에 산책을 끼워 넣으려고 노력했다. 걷다가 조금씩 뛰겠다던 희망 사항은 끝내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다.
현재 새로 다니는 일이 매일 이른 오후면 끝나서, 올해는 퇴근길 ‘낮산책 클럽’이 될 전망이다.
3. 집밥 살롱 (Happy Hour @ Hotel Macadamia)
주 1회, 평일 점심 또는 저녁에 식탁에서 개최.
초반에 면 요리가 압도적으로 많아 아예 그렇게 테마를 잡을까도 생각했는데, 그런 메뉴 강박은 버리기로 결심. 게다가 늦가을, 단골손님의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아 점차 위 건강을 위한 식단으로 변모 중이다.
추가된 지침이라면, 자극적이고 소화가 오래 걸리는 재료의 최소화. 그리고 천천히 오래 씹기 리마인드.
4. 금요독서회 (00독서회)
월 1회, 도서관에서 진행.
11월을 마지막으로 멈춰 둔 모임. 전주 여행 회차를 제외하면 주로 식물 관련 도서에 손이 갔다.
독서 감상을 글로 써 보려고 했지만, 마지막까지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아 그냥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올해는 다른 클럽에 가입하고 싶어 독서회는 휴지기를 갖기로. 그러나 뭐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까, 언제든 다시 가입할 수도 있다.
* 번외: 스터디 그룹
12월에 큰맘 먹고 취업한 곳이 도저히 맞지 않아 관두기로 한 날. 마침 화훼장식기능사 필기 원서 접수 시작일?! 조경에 이어서 또 즉흥적으로 시험에 접수했다.
며칠 공부하고 필기 합격. 실기는 차근차근히 준비해 볼 예정이다.
이상, “클럽이라고 불러 줘” 챕터 2 실험 종료.
소기의 성과를 요약한다면, 여기 25편의 글을 남긴 것, 매일 아침 집 밖으로 나가는 루틴을 만든 것, 식습관 개편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그리고 마음 가는 일과 안 가는 일을 발견하고 수용한 것, 정도가 되겠다.
새해로 이어지는 다음 장은 어떤 모습일지. 악기 연습과 드로잉, 관심만 가져 온 베이킹 따위의 일들을 올해는 할 수 있을까. 1인 클럽 하면서 생긴 변화 하나는, 철저히 계획하려 하기보다는 ‘어디 한번 흐름에 맡겨 보자’라는 자세로 시간을 맞이하게 된 점이다. 글을 쓰건 또 무엇을 짓건, 어떤 형식과 재료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관점보다는, 이 모든 게 하나의 생물체로서 사느라 남기는 흔적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게 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나름대로 계획하고, 관념화하고, 해석하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의미 부여를 일부러라도 피하고 구체적인 사실 기록하는 데에 더 집중한다. 정확히 어떤 계기였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또렷해졌다는 사실뿐이다.
Seine
사진은 어느 아침 안개가 만들어 낸, 뿌예서 멋진 풍경.
지금까지 우리 클럽의 두 번째 멤버가 되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