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보자, 2026
1월 마지막 주다. 계획대로였으면 이 브런치북은 12월 중순에 완결하고 지금쯤 새 직장에 적응해 나가며 다른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거나, 아니면 1인 클럽은 잠시 내려놓고 일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제 말하려면 입 아프고 쓰려면 손가락 아픈, ‘세상에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라는 문장을 또 가지고 온다.
지난 몇 화에 등장한 이야기들—새벽 명상 모임 가입, 9 to 6 직장인 연습, 면접을 빌미로 한 나들이 등—은 모두 실제였고, 그러다 풀타임 직장을 구한 것도 사실이었다. 첫 출근을 앞두고는 과연 잘할 수 있을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몇 날 며칠 설레고 긴장도 많이 했다.
그리고 흘러간 몇 주. 오랜만에 시작한 일에 날마다 온 뇌 용량을 다 썼고, 샤워 마치고 거울 앞에 선 나의 배에는 복근 비슷한 게 잡혀 있을 만큼 있는 힘 없는 힘 다 쏟았다. 퇴근 후 글 몇 편을 더 써서 스케줄대로 마감하려던 계획은 그야말로 꿈같은 얘기였다. 잠자느라 바쁘고, 일어나느라 바빴다.
일은 기대와 달랐다. 직장인이 된 나 자신도 기대와 달랐다. 하다 보면 익숙해질 수도 있었겠으나, 숙고 끝에 그곳은 떠나기로 했다. 직무적인 이유도 있었고, 정직원이라는 근무 형태도 이유였다. 일이 안 맞는 상태로 관계에서 오는 밀도까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풀타임 직장인에 대한 포부가 가득했는데. 아직은 아닌가 보다. ‘아직’이 아니라 아마 점점 기회는 없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이번에는 빨리 결단을 내리고 다음 수를 두고 싶었다. 이번 재취업이 해프닝으로 끝난 것 같지만, 그래도 두 가지 얻은 게 있다. 첫째는 내게 어떤 환경이 맞지 않는가를 다시금 깨닫는 기회, 둘째는 복근. 퇴사하고 바로 없어진 것 같긴 하다.
그 사이 소식을 한 가지 전하자면, 화훼장식기능사 필기시험이 있었다. 조경과 마찬가지로 식물 관련이라 해 볼까 말까 반 발짝 정도의 관심을 걸치고 있던 시험이었는데, 퇴사를 마음먹자 다시 불안과 열의가 동시에 찾아와 덜컥 원서 접수를 했다. 나 본래 굉장히 계획형 인간인데 작년부터 덜컥거린다.
조경기능사로 합격 경험이 쌓여 느긋해진 건지, 막상 백수로 돌아오니 공부가 손에 안 잡힌 건지. 조경 때보다 한층 더 심한 벼락치기를 하게 됐다. 화요일이 되어서야 공부를 시작했고, 시험은 바로 어제, 토요일 아침이었다. 결과는? 다행히 합격. 이제 더 중요하고 어려운 실기가 남았다.
아참, 또 하나 업데이트. 내일 아침 다른 파트타임 잡에 첫 출근이다. 7시까지 도착해야 해서 글을 얼른 마무리하고 자야 한다. 재작년에 새벽같이 건물 청소 알바 다니며 그 이야기도 몇 편 글로 쓴 적이 있는데, 2년 만에 다시 새벽형 인간으로 회귀한다. 하필이면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 주간. 하지만 그때와 마찬가지로 근무가 일찍 끝나는 편이라 오후면 다시 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두고 보자, 2026. 올해는 어떻게 1인 클럽을 꾸려 가 볼까.
Seine
사진은 잠시 멈춰 둔 00독서회의 마지막 대출 도서였던 식물 관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