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여름이 가진 열기 때문일까. 여름에는 틈이 많다. 꽉 맞물려있던 철도도 여름엔 뜨거워져 느슨해진다고 하니 사람은 오죽할까. 가장 더운 오후 12시와 2시 사이엔 사람들이 햇빛을 피해 건물 안으로 숨어들고, 즐거웠던 대화는 늘어지고, 지하철 속 땀으로 축축한 서로의 피부는 불쾌해서 우리는 슬쩍 거리를 둔다. 전보다 넓어진 간격. 그 사이로 눅눅한 여름의 바람이 불고 우리는 빨리 이 더위가 지나가길 바란다. 하지만 여름의 가장 큰 틈은 장마가 아닐까. 일주일 내내 흐린 하늘을 보다보면 사람도 회색으로 물든다는 생각이 든다. 감당할 수 없는 빗줄기와 습기로 흐려진 정신과 성과를 내지 못한 일과 약속들이 늘어간다. 이 여름을 버티기 위해 나의 일상에도 틈을 만들어 두었더니 왠지 허전한 마음이 든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불쑥불쑥 나를 파고든다. 다들 정신없이 열심히 사는 와중에 나만 이렇게 힘들어하나, 그런 자괴감이 짧은 새벽을 채우기도 한다.
하지만 틈이 있다는 건 그 틈을 채울 수 있다는 가능성이기도 하니까. 비어있어서 채울 수 있는 작은 틈. 길을 걷다 우연히 바라본 배수구에 온통 클로버가 가득 차있을 때 여름의 놀라움을 느낀다. 가장 더럽고 어두운 곳에도 행운은 핀다. 그것도 가득, 아름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꽤나 너저분한 일이다. 장마가 시작된 여름처럼 습하고 빨래는 마르지 않고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차라리 비가 내려면 시원하기라도 할 텐데 비는 언제 내릴 지 알 수 없다. 맑은 날은 멀었고 남은 날을 견디기 괴로운 여름의 틈. 하지만 하수구를 뒤덮는 클로버처럼 이 틈 속에서도 행운은 분명히 존재한다. 없다면 만들어보자. 아주 사소한 클로버들을. 빗소리, 아이스크림, 선풍기의 시원한 바람, 에어컨이 쾌적한 카페, 콩국수, 미용할 때를 지나 복슬해진 강아지의 털, 비를 맞고 생생해진 길거리의 나무들로 틈을 잘 채워본다. 당신의 틈도 부디 꽉꽉 채우길, 그렇게 길어진 장마를 넘어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