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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Yeoni Aug 16. 2022

[Feel&Fill] #2. 외로움이 필요한 때

나의 여행에서 가장 외로웠던 순간은?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외로운 순간이 많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혼자 여행을 가더라도 혼자보단 여럿인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 만나거나, 비행기에서 만나거나등등 한국인/동양인 여행객이 많은 여행지에서 동향 사람을 만날만큼 동행을 만나긴 쉽다.

그럼에도  여행에서 혼자인 시간은 생길 수밖에 없다.

여럿과 함께이다가 혼자가 된 순간이 몇 배로 더 외롭다.


그중에서 가장 외로웠던 순간을 고르라고 한다면,

갑작스레 떠나게 된 겨울 유럽여행의 시작지 뮌헨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이전 여행에서 뮌헨에 오래 머물러서 뮌헨을 시작지로 선택하기도 했고, 항공권 가격이 저렴하기도 했다.

여행 일정을 하나도 정하지 않았기에 뮌헨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여행 계획을 조금 짜 보려고 했다.


사실, 좋아하는 사람과 갑작스러운 이별 후에 떠나온 여행이었기에 여행을 재밌게 하겠다는 마음도 없이 예약을 취소할 수 없어 떠나온 여행이었다.

마음속에선 그냥 집에 조용히 누워있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아무런 약속도 계획도 없이 도착한 뮌헨에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마음의 여유도 없었기에 혼자 시간을 보냈다.

겨울의 유럽은 우중충하고 바가 오는 날이 많다.

날씨가  우울함에 힘을 실어주었다.

매일 같이 펍에 가서 맥주를 먹고 밤늦게 비틀거리며 숙소로 들어가는 일상을 보냈다.


숙소에는 나 말고 두 명이 더 있었다.

일을 구하러 다른 지역에서 온 독일인 아저씨와, 어느 국적인지는 모르겠는데 밤늦게 나가서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내 또래 여자분이었다.

독일인 아저씨랑은 처음 만난 날, 뮌헨의 집값이 비싸니 뭐 그런 이야기만 했다.

날씨처럼 우울한 얘기.

여자분은 사실 깨어서 만난 적이 없었다.

내가 밤에 들어오면 나가서 없고, 내가 자고 일어나서 오후에 나갈 때면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고 자고 있었다.


여름에 왔던 맑고 사랑이 가득하던 뮌헨의 이미지는 우중충하고 우울한 뮌헨의 이미지로 바뀌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였던 뮌헨이 이젠 영영 남의 뮌헨이 되어버려서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날씨 때문이었다. 날씨가 너무 우중충했다.

비싼 집값 얘기로 아저씨의 우울함이 나에게 전이되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곧 닥칠 현실에 우울해진 것뿐이었다.


그래도 그때  우울함을 버텨낸 경험이 적어도 앞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다른 우울함을 마주쳐도 단단하게 이겨낼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여행에서 우울했던 순간이 있나요?

당시의 나는 왜 우울했는지 생각해 보았나요?

혹시 그냥 우중충한 날씨 때문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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