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인스타그램의 도시
바닷가를 가지 못한 여름은 아마 기억에 처음인데 아무래도 아쉬워서 4년 전 프랑스 니스에서 찍은 사진을 골라보았습니다.
브런치 업데이트를 오랫동안 못했는데 그 사이 자잘한 뉴스들이 있네요.
지난 7월 2년 간의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학위논문에서는 "인스타용" 카페 소비가 젠트리피케이션을 촉발시키는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원제는 <A cup of coffee "for the gram": Commercial gentrification and Millennials in Seoul> 이고 방학 동안 계속 수정하면서 저널 투고를 준비하고 있어요. 9월 말에 졸업식을 한다고 하는데(왜지???) 이곳의 포스트 코로나 졸업식은 어떤 광경일지 궁금합니다.
오랜만에 외부 매체에 글도 실었습니다. https://fwdfeminist.com/2020/07/29/con-11/
인스타그램에서 장소를 탐색할 때 우리는 단순히 해당 장소에 대한 평판이나 추천 메뉴만을 수집하지 않는다. 기존의 블로그나 맛집 평가 어플들과 달리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잘” 찍은 사진을 함께 수집, 학습하게 된다. 일례로, 우리는 – 인스타그램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 사람마저도 – 킨포크(Kinfolk) 매거진에서 볼 법한 색감과 구도, 수직과 수평이 정돈된 (정방형) 사진을 능숙하게 연상할 수 있다.
무한히 이어지는 스크롤을 내리는 동안 우리는 SNS 상에서 유통되는 꼭 “가봐야 하는” 카페, 그곳에 어울리는 옷과 메이크업을 한 다른 여성들, 그들이 올렸던 사진을 참고한 포즈와 구도 등에 노출된다. 이 모든 정보, 혹은 암시들은 여성이 “공적 공간에서 보여지지 않도록, 또는 작은 공간을 차지하도록, 또는 특정한 드레스 코드나 행동양식을 따르도록” 한다(정현주 2014: 289). 지금의 우리, 그러니까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은 거울 앞뿐만 아니라 스크린 앞에서도 너무나 많은 시간을 너무나도 다르게 보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젠더화 된 시간들은 물리공간과 가상공간, 생산과 소비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와 도시 공간의 관계를 이전에 없던 방법으로 써나가고 있다.
곧 마무리 되는 연구도 소셜미디어와 소비공간을 주제로 도시에서의 차별과 배제가 어떻게 일어나는지와 관련해 비슷한 결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원래는 이맘때쯤 서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거나 하다 못해 예측가능해지지도 않네요. 2020년이 벌써 2/3나 지나갔다는 게 허탈하기도 또 약간은 위안이 되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다들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