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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드림 May 28. 2024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끈기가 부족한 자의 원씽 발견과 '미생체력 기르기 프로젝트' 진행기

나는 천성이 끈기 있지 못해서 늘 적정 기준이 되면 '이만하면 되었다.'를 반복하곤 했다.


가령, 아직 갈 길이 먼 다이어트를 할 때에도 '이만하면 되었고' (그리고 실수를 반복하지...)

오랜 기간 몸 담은 직장을 다닐 때에도 인간관계가 너무 힘들어서 '이만하면 되었다'며 미련 없이 뒤돌아섰다.


모든 것의 연결고리를 끊고 오롯이 혼자인 시간을 보내면서 '이만하면 되었다고 만족하지 못한 것은 뭘까?' 생각해 보니, '독서'와 '기록'만큼은 꾸준히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만족할 수 없는 어떠한 것들. 계속해서 쓸 게 생기고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그야말로 내 우주는 온통 글쓰기였다.


아침저녁으로 매일 쓰던 다이어리 브랜드에서 주관하는 기록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랜 기간 참여하며 기록 습관을 지속할 수 있었고, 블로그 활동을 독려하는 분들이 많아 활동반경은 블로그까지 넓혀졌다.


블로그에 읽은 책의 내용 정리 및 서평을 시작으로, 매달 내가 한 활동들과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하고 주절주절 나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면서 오랜만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나는 생각보다 이야기하고 싶은 게 많았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고, 지키는 것의 재미도 알게 되었다.


지루하지 않고, 계속 연구해서 발전하고 싶은 것을 나만의 원씽이라고 한다면 나의 원씽은 '글쓰기'였다.

블로그에서 브런치로 넘어갈 때 적어도 글쓰기에서는 '이만하면 되었다'가 없었고, 마치 놀이터를 처음 온 아이처럼 신이 났다.


그렇게 나의 원씽을 찾고 나자, 오랜 시간 앉아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데 부딪히는 한계를 마주했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써내려 가는 작업은 생각보다 체력이 무척 빨리 소모되었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고운드림 이전에 공누라는 닉네임을 썼다.


기원에서 바둑을 배우던 어린 장그래에게 스승님께서 해주신 말씀. 드라마 '미생'을 본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구절일 것이다. 나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 느낄수록 이 대사가 귀에 맴돌기 시작했고, 체력증진 및 건강한 운동습관을 형성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23년 4월에 테스트처럼 진행된 0기 (제로베이스)


캐치프레이즈는 좋아하는 일 지속하기 위해 꾸준히 체력을 길러요!

뭐랄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아주 영향력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태껏 주저했었다. 그러나 내가 무언가를 시도하고 싶으면 그냥 하는 거다! 라는 마인드로 프로젝트를 론칭하고 피드백하면서 발전하는 사례를 많이 접하게 되었고, 덩달아 나도 용기를 얻게 되었다. 영향력은 내가 경험하고, 증명해서 쌓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지인들에게 '나 이런 프로젝트할 건데 같이 하실래요?' 먼저 운을 띄우고, 어느 정도 수요가 있자 프로젝트 모집글을 올렸다. 모르는 분도 몇몇 참여하셨다! 베타 테스트 기간을 '제로베이스'로 명명했다. 오티도 하고,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자료를 제작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떨림. 5명이 모여 10일의 짧은 시간 동안 체력 증진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건강한 운동 습관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알차고 즐거웠다. 


제로베이스 이후에는 유료로 운영하기로 했으나, 개인별 체력 및 생활습관이 달라 일정한 기준으로 매기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 가령, 나의 평균 심박수가 130 BPM이고 30분 동안 운동해야만 운동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129 BPM이 나온 30분의 운동 시간은 인정받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되는 것일까? 각자의 판단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의 선택은, '아니오'였다. 


익숙한 습관에서 벗어나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시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존중받아 마땅한데, 그 과정에서 실패나 부정 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싶지 않았다. 모든 과정을 존중하고 싶었다. 


그제서야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았다. 수익화보다도 서로 의지하면서 운동 습관을 이어나갈 동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나와 타인이 필요에 의해 건설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가치를 함께 하고 싶었다. 나의 우선순위는 건강이었으므로 미생체력 기르기 프로젝트는 내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에 더할 나위 없었다.


모두들 자기 관리를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나도 많은 자극을 받았고, 개선점을 찾게 되어 운영비와 보증금을 모두 환불해 드렸다.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커피 쿠폰도 곁들여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첫 번째가 가장 애착이 가는 경험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내겐 제로베이스 멤버들이 여전히 애틋하다.


'체력 증진을 위해 동기부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목표 설정은 어떻게 수립할까?'

'나는 왜 체력을 기르고 싶은 걸까?'

'멤버들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나누고 싶었는데 내가 그 에너지가 바닥이 났을 땐?'

'디저트 먹는 것을 줄여야 하는데 욕구가 계속 올라온다. 왜 나는 당을 끊지 못할까?'

'수면 시간이 줄어드니 나의 건강을 관리하기 더 힘들어진다.'


이러한 개인적인 고민과 프로젝트 리더로서 다스려야 하는 고민들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초조함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내가 배울 점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힘들거나 어려운 것들도 계속 부딪혀 봐야한다. 그러다 보면 나의 삶에도 역치가 올라갈 테고 지구력이 늘어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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