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 카페
가게 문을 닫고 나왔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점심을 먹지 못해 배는 허했지만, 이상하게 식욕이 없었다. 발걸음은 자연스레 옆 카페 쪽으로 향했다.
유리창 너머로 카페 안은 따뜻한 전등 불빛에 잠겨 있었다. 바깥의 잿빛 하늘과 달리, 안쪽은 고요하면서도 포근한 온기가 흘렀다. 진한 커피 향과 함께 빵 굽는 냄새가 은은히 번져 나왔다. 카운터 앞에는 반짝이는 유리 진열장이 있었고, 그 위에는 가지런히 놓인 원두 통과 작은 꽃병 하나가 자리해 있었다.
문을 열자, 종소리가 짧게 울렸다. 카페사장은 고개를 들고 반가운 듯 눈을 크게 떴다.
“어머, 오랜만이에요. 가게 여는 거 보고 얼마나 다행이라 생각했는지 몰라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네… 이제는 괜찮아졌어요.”
카페사장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연스럽게 카운터 앞에 서자, 사장이 부드럽게 말했다.
“오늘은 그냥 드릴게요. 늘 드시던 걸로 괜찮으시죠?”
곧 잔에서 얇은 김이 피어올랐다. 그녀는 무심코 두 손으로 잔을 감쌌다. 따뜻한 온기가 손끝에서 손바닥으로 번져왔다. 무언가 오래 잊고 있던 감각이 깜빡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잠시 말을 고르던 카페사장은, 원두 통 뚜껑을 닦으며 조심스레 물었다.
“… 혹시… 다른 분들도 괜찮으신 거죠?”
그녀는 순간 의아한 듯 고개를 들었다.
“다른 사람요?”
카페사장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마치 본인이 잘못 꺼낸 말이라는 듯, 시선이 허공을 스쳤다가 그녀에게로 돌아왔다.
“아… 네.”
짧은 대답과 함께, 억지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짧게 대답했다.
“남편은 괜찮아요.”
그 말이 입술을 떠나는 순간, 스스로도 이유 모를 어색함이 목구멍에 걸렸다. 왜 이런 걸 묻는 걸까, 왜 남편 얘기가 나온 걸까, 곱씹을수록 묘한 찜찜함이 가슴 안쪽에 남았다.
카페사장은 그 대답을 듣고 다시 잠시 눈빛이 멈칫했다. 마치 무언가를 더 확인하고 싶다는 듯, 그러나 이내 스스로를 다잡듯 따뜻한 미소로 감쌌다.
“그래요… 그럼 정말 다행이네요.”
짧게 숨을 고른 뒤, 그는 습관처럼 원두 통 뚜껑을 닦았다.
커피 향은 진했지만, 그녀의 입맛은 전혀 돌지 않았다.
창밖을 짓누르던 구름이 옅어지자, 빛이 마치 주저하다가 손을 내미는 듯 카페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러나 그 빛은 환한 기쁨이 아니라, 오래된 편지처럼 누렇게 바랜 따스함이었다. 그녀는 커피잔 위로 맴도는 얇은 김을 바라보며, 그 따스함 속에 묘하게 스며든 쓸쓸함을 함께 느꼈다.
그녀는 잔을 내려놓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른 분이라니… 누구를 말한 걸까.”
그 말이 귓속에서 몇 번이나 맴돌았다. 떠올라야 할 얼굴이 있는 것 같았지만, 기억 속은 끝내 공백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카페의 따뜻한 공기 속에서도, 그녀는 혼자서 더 쓸쓸해졌다.
잠시 뒤, 사장이 접시 하나를 내밀었다.
“배도 못 채우셨을 것 같아서요. 늘 드시던 샌드위치예요.”
샌드위치 옆에는 작은 사탕 하나가 놓여 있었다. 커피와 함께하기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반짝이는 색깔 사탕. 그녀는 잠시 그 사탕을 바라보다가 눈길을 돌렸다.
이 사탕은… 뭐지?
짧은 의문이 스쳤다. 늘 있었던 건지, 오늘만 놓인 건지 기억나지 않았다. 괜스레 낯설게 느껴졌다. 그녀는 샌드위치를 집어 들었지만, 손끝은 여전히 사탕의 반짝임을 의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