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 꽃집의 시간
꽃가게 문 앞에는 여전히 ‘개인 사정으로 쉽니다’라는 표지가 붙어 있었다. 두 달 전, 한여름의 빛이 가득하던 날에 걸어둔 그대로였다. 종이에 번진 잉크 자국과 가장자리에 스민 누런 얼룩이, 그동안의 시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문 앞에 서서 표지를 바라봤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표지를 떼어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종이를 잡는 손끝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차가운 금속 손잡이에 손바닥을 얹자, 오래 닫혀 있던 문이 묵직하게 열렸다. 문턱을 넘는 순간, 얇게 갇혀 있던 먼지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안은 정지된 시간 같았다. 창가의 화분은 줄기가 비틀린 채 말라 있었고, 바닥엔 빛바랜 꽃잎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녀는 걸레를 들고 바닥을 훑었다. 걸레가 닿을 때마다 바스러진 잎사귀가 쉽게 부서져 가루처럼 번졌다. 청소를 하다 문득 멈춰 섰다. 방 한쪽에 작은 의자가 있었다. 언제부터 거기에 놓여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유난히 낮은 그 높이가 눈에 들어왔다. 의자 위엔 아무것도 없었지만, 거기에 무언가 올려져 있었던 듯한 옅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의자를 치우려다 손을 멈췄다. 굳이 옮길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 자리를 바라보는 순간,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밀려왔다. 마치 소리가 가볍게 흘렀다가 사라진 자리처럼, 아무것도 없는데도 빈 공간이 묵직하게 남아 있었다. 머리가 둔하게 욱신거렸다.
그녀는 이마를 짚으며 다시 청소를 이어갔다. 빗자루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는 규칙적이었지만, 그 틈새로 전혀 다른 리듬이 스쳐 지나갔다. 가볍게 바닥을 두드리며 달려가던 발자국 같은 소리. 금세 사라졌지만, 귀끝에 오래 맴돌았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기억은 없다. 아니, 기억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없었다. 다만 설명할 수 없는 공백이 가게 안에 가득할 뿐이었다.
시계가 두 시를 조금 넘겼을 무렵, 가게 안은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창밖 풍경은 그 시간답지 않았다. 하늘은 두꺼운 구름에 가려 낮빛이 사라져 있었고, 공기 속엔 습기와 서늘함이 스며 있었다. 마치 해가 이미 저문 것처럼,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빛도 창백하게 희미했다.
그녀는 유리에 낀 먼지를 닦아내며 바깥을 바라봤다. 흐릿하게 흔들리는 가로수 잎 사이로 바람이 스치고, 잿빛 하늘이 묵직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입구에 붙어 있던 포스터를 떼어냈다. 해바라기가 웃고 있는 여름 포스터였다. 색은 이미 바래 있었고, 모서리는 말려 있었다. 그 자리에 새로 가져온 가을 포스터를 붙였다. 국화와 단풍이 그려진 종이가, 흐린 하늘 아래서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잠시 입구에 서서 포스터를 바라봤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조용한 다짐이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꽃을 다시 들여놓고, 유리를 닦아 빛을 들이고,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나하나 채워가야 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공기가 비어 있었다. 확실히 다짐했는데도, 어딘가가 늘 빠져 있는 듯했다. 그 허전함의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그저,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이 어깨 위에 얹힌 채 따라왔다.
창밖을 보니, 하늘은 이미 늦은 시간처럼 어두워져 있었다. 먹구름이 겹겹이 내려앉아 빛을 가리고 있었고, 공기는 밤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문을 닫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괜찮아. 내일은 조금 더 달라질 거야.”
문이 닫히자 안쪽의 공기와 소리는 다시 잠겨버렸지만, 다짐만은 잿빛 하늘에 길게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