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지털전사 Sep 03. 2024

중년의 철학: 인간-차원을 달리다 13

"너는 이미 죽어있다.

お前まえはもう死しんでいる。(오마에와 모 신데이로)"

<북두신권 켄시로>

만화 속 북두신권의 유일한 계승자인 주인공이 적의 혈을 찍는 순간 상대방은 잠깐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일뿐 실은 이미 죽어 있는 상태다. 기술의 이름과 효과까지 설명해 주는 만화의 친절함이 현실에서도 실현되면 좋겠지만 실전 싸움에서는 그러다 처맞게 된다.


살아 있으나 이미 죽어 있는 상태는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대량의 방사능에 피폭되어 세포 내 DNA가 파괴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몸은 전체 세포의 1%를 약간 웃도는 규모인 하루에 평균 약 3,300억 개의 세포를 갈아치운다. 1초당 380만 개꼴로 세포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출처: 2024년 네이처 메디신).


그런데 새로운 세포를 만들기 위한 유전자 지도가 파괴되었으니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지 않는다. 죽은 세포를 대체하지 못하니 결국 오장육부의 장기가 썩어 죽게 된다.


XIII. DNA단백질 결합과 테세우스의 배


만화 속 켄시로가 침혈을 통해 방사능을 주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금 더 현실적인 방법은 유전체를 분해시키는 일종의 독극물을 주입했다는 가설이다. 


DNA와 같은 단백질과 단백질의 결합은 상호작용(protein-protein interaction)은 정전기력, 수소 결합 및 소수성 효과를 포함하는 상호작용에 의한 생화학적 사건으로 분자 시이의 물리적 접촉이다. 북두신권의 비밀은 수소결합의 에너지를 뛰어넘는 강력한 전자기력을 통해 신체 단백질 결합을 파괴시켰다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다. 


신체에 강력한 전기가 흐르면 고통이 수반될 것 같지만 순간적으로 신경 전달 물질의 임계치를 아득히 뛰어넘는다면 고통마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아..켄시로는 전기 인간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평소 공기와 물의 존재를 당연시한다. 현 세계의 물리적 법칙은 분자 간 수소 결합을 유지하는 힘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힘의 균형이 어긋난다면 신체는 순식간에 분해되어 원자의 형태로 분해될 것이다. 어쩌면 다른 평형 우주에서는 원자의 형태마저 유지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근본적 의문이 생긴다. 죽음이 다른 세계로의 전이(천국 혹은 지옥) 후 전혀 다른 새로운 물질로 교체된 세계라면 나는 이전과 같은 존재인가?


그리스 신화에 '테세우스의 배'이야기가 있다. ‘테세우스의 배’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미궁에 갇혀 제물이 될 뻔한 젊은이들을 구출해 돌아온 배를 가리킨다. 아테네는 그의 영웅담을 기려 그가 타고 온 배를 전시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배의 널빤지가 하나둘씩 썩어 새것으로 교체하게 됐다. 


만약 배의 모든 부분을 새것으로 교체한다면 이 배는 여전히 동일한 배라고 할 수 있을까? 맞다고 할 수도 틀리다고 할 수도 있다. 인체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 또한 답은 각자의 마음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죽음 이후 시간은 흐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미시 세계에서 시간은 특정되지 않고 양자 중첩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이유도 시간의 실종으로 이해하면 그럴듯하다. 


죽음 후 새로운 세상이 존재한다면 그곳에서 인간은 테세우스의 배를 타고 항해를 하는 선원이 된다. 그곳이 어떤 법칙이 지배하는 우주라도 현재의 삶도 살아 나갔기에 두려움은 없기를 기대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