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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Sep 23. 2017

아재와 함께하는 동남아 진출- 베트남편 1

동남아시아는 기회의 땅이 될 것 인가?

머리가 복잡할 때, 사람들에게 치여 스트레스를 받을 때 푸른 바다를 보러 가고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바람이 이끄는 대로 저 먼 바다에서 소리 없이 다가오다 하얀 거품으로 쓰러져 가는 파도의 모습을 본 적 있으신지요?

언젠가는 모래사장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져 갈 파도이지만 어느 순간은 방파제 위에 서있는 사람을 위협할 정도로 위협적인 크기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작은 물결이 큰 물결을 일으키는 모습이 최근 우리 경제에 불어 닥칠 큰 위기를 알려주는 신호가 아닐까 하여 우려가 드는 요즘입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여파가 조용한 파도와 같이 조금씩 밀려오지만 서민 경제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체감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스스로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물의 온도를 높였을 때 결국 죽고 마는 실험실의 개구리를 아무도 어리석다고 비웃을 수 없는 것은 우리 인간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환경에 대처하기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교역을 하지 않았던 시대에도 먹고사는 문제에 걱정이 없었다고 말하며 중국과의 거래를 단절하고 인도나 베트남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넘쳐 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와 삶의 질은 비슷한 것 같지만 실은 많이 다른 문제입니다.

단순히 비교하면 양과 질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냉정히 생각해 보면 보릿고개라는 말이 기억 속의 추억으로 남게 된 것도 요 근래 50년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보다 훨씬 못 산다고 여겨지는 동남아 국가 중에도 특히 못 사는 국가 중에 캄보디아와 미얀마가 있습니다.

그런데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사원과 미얀마의 불교 사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들 조상들이 남긴 웅장한 건축물과 광대한 규모에 두 번 놀라게 됩니다.

강한 국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쉽지 않은 건축물들입니다. 

5천 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한민족이 말 그대로 초근목피로 연명했던 시절 그들은 삶의 질이 우리보다 더 나았기에 이런 구조물까지 건축할 여력이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인생은 돌고 돈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국가의 경제와 권력 관계도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가 봅니다.


지금까지 중국과의 마찰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산업으로는 조선, 철강 등 중공업 분야로 그들이 국가 기간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오랜 기간 해왔던 산업군입니다.

현재는 제조 분야의 꽃이라 불리는 자동차 분야에서 현대 자동차의 중국 현지 매출이 작년 판매량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수모를 당하고 있습니다.

사드 보복이라는 환경적 요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의 급격한 품질 향상과 저렴한 가격 경쟁력이라는 점 또한 부인하기 쉽지 않아 앞으로가 더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향후 3년 이내 전 세계 반도체 시장도 중국의 부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기 극복 전략으로 아재와 함께 하는 동남아 진출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와 의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안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베트남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필자는 실제로 베트남에 현지 유통 매장 50여 개 이상을 보유한 분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현실적으로 베트남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2017년 한국과 베트남은 수교 25주년을 맞았습니다.

우리의 베트남 투자도 꾸준히 전기 전자를 중심으로 증가했으며 2016년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베트남의 3대 교역국으로까지 성장했습니다(수출 4위/수입 2위)

 특히 2014년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 자리를 차지한 한국은 2위 투자국인 일본을 훨씬 앞질러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 있습니다.

1988년부터 2016년까지 직접 누적 투자액으로만 보면 총 5,364건으로 금액으로는 485억 1천만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액수이며 베트남이 유치한 총투자액의 16.5%에 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베트남을 기회의 땅이라 부르며 우호적인 기사가 쏟아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삼성 및 LG를 비롯한 우리 대기업이 투자한 국가에 긍정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방어 기제 차원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과연 베트남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중국을 대체할 만한 시장이 될 수 있을까요?


중국은 인구수만 13억 6,782만 명(2014년 말 기준)이며 총 23개의 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참고로 하나의 중국 원칙에 의해 대만을 23번째 성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베트남은 인구 약 9천6백만 명(2017년 기준)이지만 시장 규모는 사실상 중국의 한 개 규모의 성 정도로 접근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더 큰 문제는 경제 성장률이 필리핀과 더불어 매년 6% 이상의 고속 성장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일인당 구매력이 너무 낮다는 것입니다.

2017년 기준 일인당 GDP는 약 USD2,306으로 파퓨아 뉴기니와 우크라이나 정도의 수준입니다.

또한 교육에 대한 투자가 많고 저축에 대한 열의가 상당히 높아서 국민들이 돈을 잘 쓰지 않기에 소비재 수출로는 큰 성과를 보기 힘든 시장이라 생각됩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GDP성장율 예측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진출한 한국의 대기업들에 납품 가능한 산업용 자재는 유망하지만 소비재는 우리 수출 기업들이 만족할 만한 시장이 성숙하기에는 아직까지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합니다.

일례로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은 서구 선진국에 뒤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건설되어 있지만 찾는 고객이 없어 매장은 썰렁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베트남인들은 아직도 재래시장에서 싼 제품을 구매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베트남은 과거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유교적 영향력이 강한 면이 있음과 동시에 공산주의로 인한 관료의 힘도 막강한 사회입니다.

경제 면에서는 70% 이상이 공기업이며 의사 결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을 통해 통일이 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남쪽과 북쪽의 사회 문화적 차이는 도드라지는 편입니다.

수도 하노이가 위치한 북베트남이 정치와 교육의 중심이지만 남부의 호찌민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 경제 발전이 많이 이루어져 있어 같은 국민임 이에도 우리의 지역감정 비슷한 묘한 경쟁의식이 뿌리 기피 남아 있어 한 국가 안에 두 개의 작은 나라가 있다고 보는 관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관념도 조금씩 차이가 나서 하노이를 포함한 북쪽 지역은 보수적인 소비 성향으로 고객 충성도가 강하지만 호찌민을 중심으로 한 남부 지역은 브랜드 충성도가 낮아 쉽게 구매 제품을 바꾸는 경향이 강합니다.


대량의 광고와 홍보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대기업이라면 남부 지방을 중점적으로 공략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시간을 가지고 북부 지방을 노려보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브랜드 가치에 따른 선택 및 차별화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 바로 베트남 시장입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들은 고위 관료 인사들을 많이 알아두면 필요할 때 유용한 도움들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만날 때 전달하는 선물이 관계 향상에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을 텐데요.

선물의 경우 북부 기업인들은 유명 브랜드를 남부 기업인들은 문구류 등 실용적인 선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 가위, 칼등 뾰족한 제품은 악의 기운이라 하여 베트남에서 꺼려하는 물건이니 선물하고 괜히 욕먹지 않으려면 선물 선정에도 세심한 편이 좋겠죠.(요즘에는 이런 편견도 많이 사라지긴 했습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현지 기업인들이 당황하게 되는 문화적 현상이 있습니다.

유교 사상이 강하면서도 역설적으로 평등사상이 강한 베트남인들의 인식 차이 때문입니다.

(같은 아시아 역내 국가이지만 필리핀을 베트남과 비교해보면 우리 조선시대 양반과 평민을 나누던 것처럼 경제력 차이에 따라 차별이 심한 편인데 어느 정도 인정되는 문화를 경험해 보면 세상은 참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어울려 사는 것 같습니다.)


사장과 직원이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기본이라 권위 의식을 가지고 직원들을 대하다가는 쉽게 직장을 그만두는 현지인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본인이 직장을 자진해서 그만두면 그나마 낫지만 자칫 직원을 해고하게 되면 노사 갈등을 넘어서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유일한 나라인 베트남은 자존심이 매우 강해서 일방적 해고를 했다가는 직원의 남자(여자) 친구나 친척이 사무실로 찾아와 행패를 부릴 수도 있습니다.

업종에 따라 다를 수도 있어 객관적인 사실은 아닙니다만 의외로 실제로 주변 지인들에게서 많이 들은 내용이긴 합니다.


현지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어디든 반드시 조심해야 할 문제이지만 베트남에서는 특히 금기시해야 할 사항입니다.

옛 속담에 "원한은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말이 있지만 자존심이 강한 베트남인들은 원한을 잘 못 잊는 사람들이 약간 많은 것 같습니다.^^;

동남아 국가에서 공식적인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계약서를 비롯한 공식적인 비즈니스 문서를 대사관에서 공증받고 진행하여야 합니다.

베트남은 타 아세안 국가에 비해 비교적 까다로운 수입 및 등록 절차가 요구되는 경향이 있고 현지 공안(경찰)의 관리 감독도 심한 편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한국인들에게 베트남은 기회의 땅임은 분명하지만 여러모로 아직은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국가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베트남의 유망 사업과 현지 개척 절차들에 대해 서술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필리핀 편도 아직 못썼네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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