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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Sep 11. 2019

해외에서 사업하기:동남아 필리핀 편 2-왜 분노하는가?

해외 사업이라 하면 먼저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최첨단 회의실에서 영어로 바이어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유창한 영어로 회의를 마무리하고 저녁에는 특급 호텔에서 와인 한잔을 들이키며 도시의 야경을 음미하는 비즈니스맨의 모습은 모든 예비 창업자들이 꿈꾸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규모 자본으로 해외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창업자들의 현실은 냉정한 시궁창일 경우가 많습니다. 5만 원 이하의 모텔에 숙소를 잡고 택시비를 아끼려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식사는 현지식으로 혹은 햄버거로 때우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준비했던 창업 자금이 모두 소비되어 막상 기다렸던 거래 기회가 와도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충분한 자금이 없기에 오랜 기간 시장의 반응을 기다리며 버틸 수가 없습니다. 직장인의 경우 퇴사 후 최소한 몇 개월간의 생활비가 없으면 퇴사하기가 망설여질 것입니다. 당장 다음 한 달을 살아갈 걱정이 앞선다면 퇴사하면 안 되겠지요. 사업은 이보다 오히려 심각합니다. 투자 후 1년 이상 기다려야 거래처를 발굴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인데 그 기간 풀뿌리만 먹으며 살아야 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십시오. 본인만 있다면 버틸 수도 있겠지만 가족 부양, 그리고 고용한 직원들이라도 있다면 끌어다 쓸 잔고가 제로가 되면 난감한 상황에 처해 결국 자살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해외 사업을 시도해 본 많은 분들이 분노하며 자신이 선택했던 국가의 후진적인 실태 때문이라 저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사업 실패가 반복될 수 있고 과연 해외라서 그리고 후진국이라는 이유 만으로 자신이 실패하게 되었던 것인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해외 사업은 국내에서의 이런 모든 걱정 외에 현지 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됩니다. 문화 차이로 인한 직원들의 잦은 퇴사, 예상과는 전혀 다른 시장 반응, 무엇보다도 부패한 현지 공무원들과의 마찰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심심을 피폐하기 하는 단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장점도 있는데 작은 자본으로도 영업력에 따라 대기업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직접 사업을 하는 것은 최근에는 거의 불가능할 지경입니다. 이유는 회사 구매팀의 실사를 통해 1차 협력사, 2차 협력사 등으로 분류가 되는데 자본이 없는 소규모 자영업자는 비비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대단한 영업력 혹은 특정 기술, 인맥 등이 있는 예외적인 분들은 항상 어디서나 존재하는 법이니 일반적인 상황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해외 거래처 기업 개척은 국내보다는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다고 생각됩니다. 책상 하나만 두고 영업을 하고 공장이 없어도 할 수가 있습니다. 처음 신뢰를 쌓아가기가 힘들지만 정착이 되면 단순 무역업으로도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가 있습니다. 해외 대기업의 바이어들이 방문하면 공장을 소개하고 국내의 상품들을 취합하여 공급하는 구매 에이젼시 역할도 아직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대기업 구매 담당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들더라도 믿을 만한 업체를 선정하여 제조 및 생산을 맡기는 것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필자와 함께 근무했던 분은 창업 후 불과 2년 만에 러시아에 화장품을 수출하여 2천만 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공장이 있거나 번듯한 회사도 아니었지만 국내 상품 소싱 및 중계로 큰 성과를 거둔 사례입니다. 


저번 글에 이어서 필리핀 사업 개척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해외에서는 정보가 편중되어 있기에 믿을 만한 파트너의 필요성은 이전 글에서 충분이 강조드렸습니다. 해외에서 시도할 수 있는 사업은 종류가 무척 많습니다. 현지에서 직접 거주하면서 국내에서와 같은 자영업도 가능합니다. 다만 국가마다 법률이 달라 사전에 허가 여부 등을 잘 파악하여야 합니다. 필리핀의 경우 외국인의 소매업을 포함한 유통업 진출은 불가능합니다. 현지인을 대표로 세워야만 가능하기에 나중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심지어 배신을 당해 모든 자산을 빼앗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자영업에 대한 외국인 배척이 심함에도 대기업들은 외국계 자본이 지배하는 모순적 상황이 공존하는 것이 필리핀의 현 경제 상황입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소규모 자영업자에게도 기회가 보일 수가 있지 않을까요?

필리핀 수도 마닐라 야경

자본이 많이 투입되어야 할 분야는 제외하고 필자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자금으로 필리핀 사업을 시도해 볼 만한 분야는 두 가지입니다. 성공과는 아직 거리가 멀지만 현재 필자도 아래 두 가지 분야를 모두 진행하며 도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1. OEM private brand 공급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는 구매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상표나 내용물을 맞추어 공급하는 사업 방식입니다. 해외 대기업들도 유통을 위해 외국 브랜드 상품을 독점 계약하거나 혹은 자사 상품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 공급합니다. 특히 자체 상표를 선호하는 기업들의 경우 국가 브랜드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인해 한국산 소비재 상품은 선호도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기회를 활용하여 화장품 및 건강식품, 의약품 등으로 유통망을 가진 기업을 상대로 거래선을 확보해 보는 것도 좋은 사업이 될 것입니다. OEM 영업의 장점은 자신의 공장이 없더라도 신뢰를 바탕으로 공장과 거래처와의 중계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해외 거래처에서 국내에서 상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인정받는다면 최소의 자본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사업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설령 망하더라도 투자한 자금이 거의 없기에 위험도가 매우 낮다는 사실이 가장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현지 수입처가 통관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진행하기에 국내에서는 간단한 수출 서류 작업만 하면 된다는 편리성도 상당한 장점입니다.


2. 해외 법인 설립

법인 설립은 직접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필수 조치입니다. 앞서 언급한 OEM 상품 공급은 거래처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혹시나 거래처가 공급 계약을 파기하거나 다른 업체로 구매처를 변경할 경우 한순간에 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설 수 있습니다. 해외 거래처 입장에서는 상품을 구매하는 갑의 입장이기에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거래처나 상품 구매처를 변경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심할 경우 자신이 제시한 금액보다 단 10원이 저렴한 경쟁 업체로 변경하는 경우도 주변에서 여러 번 보았습니다. 다른 글에서 애기 드리겠지만 국가별로 특성이 있는데 중국의 경우 초기 한두 차례 거래 후 자국 공장으로 주문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고 인도나 중동지역 업체들은 샘플만 받아 본 후 아예 처음부터 핵심 자료만 빼 제일 싼 곳에 주문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니 큰 의미는 둘 필요가 없으며 위와는 상관없이 신의를 지키며 거래를 지속해 주는 업체들도 많음이 분명합니다. 


어느 정도 해외 시장, 특히 특정 국가에 인맥이 형성되어 있다면 회사를 직접 설립하여 새로운 상품으로 도전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초기 유통망 개척의 어려움이 상당하지만 믿을 만한 현지 파트너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큰 성과를 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을 두고 파트너로 삼을 만한 현지인의 교육 및 재정 상황, 성장 환경 등을 파악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파트너의 가족 모임에도 참석하여 그들과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여겨지기까지 인정받도록 시도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현지에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국가별 법률에 따라 달라집니다. 필리핀의 경우 유통업 등에 제한이 있기에 외국인이 100% 투자를 하더라도 회사 소유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다만 대표 이사 등으로 등재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기 때문에 변호사 공증 등을 통해 자신이 투자한 지분율만큼은 문서로 확증받아 놓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처음부터 현지 파트너에게도 충분한 수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회사 지분을 나누어 놓는 것이 깔끔해 보입니다만 각자 사정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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