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경제적 여건과 행복

by 현상

몇 년 전인가.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토론을 했던 적이 있다. 토론 주제는 ‘경제적 여건은 행복과 관계가 있을까.’였다. 나는 ‘행복은 경제적 여건과 관련이 있다.’를 선택하고 준비했다. 자료를 모으고 주장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칠수록 내가 선택한 주장은 확실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경제적 여건과 행복은 비례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압도적인 차이로 나의 주장은 힘을 잃었다. 아마 우리 팀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이 ‘관계가 없다.’는 주장에 손을 들었을 것이다. 분명 상대 팀보다 자료도 많이 준비했고, 설득력 있게 현실에 대입해서 예시를 들어주었지만 상대방이 내놓은 도덕적 기준에는 맞설 수 없었다.


과거 고등학교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교육받은 내용을 제대로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살아가면서 '돈'이라는 물질적인 가치에 의존하지 않고 가족, 친구, 직업과 같은 행복을 이루기 위한 정신적인 가치에 목적을 두도록 성장했기 때문에 아무리 현실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해도 ‘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문장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주제로 돌아오자.


‘행복은 경제적 여건과 관련이 있는가?’


변함없이 답은 ‘yes’이다.
이미 세계는 화폐를 통해 움직이고 있는 만큼 돈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일정 수준의 돈이 필요하고 호화로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어느 수준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삶을 유지한다는 것은 곧 지금 내 여건에 맞는 최적의 상태를 불편함 없이 이어간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내가 만족하는 삶의 수준을 위해 서라면 기준에 맞는 경제적 여건은 보장이 되어야한다. 신뢰에 의해 시장 이 형성되고 물건이 유통되며 가치에 의해 대우가 달라진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에는 물질적인 요소만 해당되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 때에 따라 적합한 대처를 할 수 있는 능력, 남에게 진심으로 선행을 베풀 수 있는 능력 등 정신적인 가치도 포함된다. 기계적으로 가치를 생산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사람과 사람이 맞물려 살아야하는 우리이기에 더욱 중요해지는 부분이다. 보다 더 나은 가치를 위해 소통하고 조율하며 기쁨과 분노, 이상과 이성을 치열하게 부딪친다.


서로 다른 당신과 내가 만나 물질적인 결과를 구상하고 정신의 충돌로 스 파크를 튀기며 융합한다. 그렇게 인류는, 우리는, 발전하고 성장해왔다.


경제적 여건과 행복


어찌 보면 이상과 현실이 맞물리는 키워드이다.
그러나 이 두 개의 키워드가 절대적으로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일정 수준'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의 삶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경제적 여건이 제각각일 것이다. 개인의 성향 역시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말이다.


진정한 행복을 이루기 위해 분명한 것은 하나이다.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삶인가.’


스스로 설정한 목표가 있어야 경제적 여건이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어느 수준을 목표로 하는지 확실하게 정해야한다는 것이다.


어디 누가 뭐를 샀다더라, 자산이 얼마나 늘었다더라를 기준으로 나의 기 준을 정하지 말자. 추상적인 동경으로 시작된 목표는 끝을 모르고 덩치를 키워, 목적조차 잊은 채 그저 앞으로만 나아가는 허무한 끝을 마주하게 할 것이다.


내가 바라는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왜 그런 삶을 원하게 되었는가.
목표로 하는 수준을 달성하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정확한 목적과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돈이 주는 추상적인 가치는 뚜렷한 형태를 띠고 목적에 맞는 가치를 부여받는다.


그렇게 돈에 부여된 가치는 흐릿했던 길을 또렷하게 밝히고, 행복으로 향하는 올바른 길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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