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프지 않은 곳으로 떠난 지 1년 그리고 1달이 지났다.
우리 집 기둥이 사라지면, 집이 그대로 무너지는 줄만 알았는데
그렇게 허술하게 지어지지 않았나 보다.
아버지는 한동안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병원에 몇 번 오갔고, 내가 서울에서 일을 그만두고 아빠 곁으로 가려고 했더니 그제야 술을 끊었다. 대신 우울증 약을 먹고, 수면제가 있어야 잠을 잘 수 있다.
우울증 약보다는 함께 밥 한 끼 먹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만,
곁에 있는 큰 아들은 아직 철이 없다.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아침, 저녁이면 아직도 울면서 전화가 온다.
밥 하는 순간이 제일 서러워서, 밥을 20인분 정도 많이 해두고 오랫동안 먹는다는 말이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나는 그 눈물에 마음이 약해져서 아직도 서울에서 한 달에 2번 편도 5시간 거리를 오고 가고 있다.
엄마가 아플 때도 수없이 퇴사를 고민하면서도, 나의 위해 포기하지 못했던 회사였다.
아버지가 너무 힘들어할 때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내가 너무 미안해서 많이 울었다.
엄마가 돌아가시면, 나의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제자리로 돌아갈 줄만 알았는데
홀로 남은 아버지의 우울함을 지켜보는 것이 이제 큰 걱정거리가 되었다.
첫째 아들은 엄마가 남겨준 재산으로 결혼을 위한 집을 장만했다. 딱 돈이 필요한 만큼 엄마의 유산이 남았다는 걸 알았을 때 속상했다. 엄마는 왜 아끼고 아끼는 삶을 살다가, 떠나고서도 자식 생각만 하는 것 같은지.
둘째 아들은 외톨이라, 엄마가 세상의 전부였다. 겉으로 힘든 척을 안 하더니 결국 사고를 쳤다.
만남 앱에서 사기를 당했다. 평소 여자에 관심도 없던 사람이 기댈 구석을 찾다가 큰 코를 다쳤다.
서울에서 같이 지내는 내가 해결해야 했다.
처음으로 경찰서를 가보고, 법무사를 구하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가족들이 일이 생길 때마다 나를 찾고 내가 해결해야 할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엄마는 왜 나를 두고 갔을까' 생각하며 서럽고 미웠지만,
둘째 아들이 커다란 사고를 쳤을 때 직감했다.
'엄마, 잘 갔어. 엄마가 제일 사랑하는 아들이 사고 치는 꼴 안보길 너무 잘했어.'
힘들 일이 생길 때마다 엄마가 좋은 것만 보고 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왠지 위로가 된다.
그래서 그런가 내 꿈속에 나올 때마다 환하게 웃고 있다.
나는 이제 엄마가 없으니까, 엄마라는 말이 어색해지면 어떡하지? 하고 자기 전에 엄마~라고 불러보고 잠에 드는 습관이 생겼고,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내 일기장을 들쳐보면서, 엄마가 해줬던 말을 한번 더 읽어본다.
"우리 딸, 많이 사랑하지~"
아직 엄마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건, 눈물이 앞을 가려서 어렵다. 때가 더 지나야 할 것 같다.
엄마의 유골함 앞에 서면, 엄마는 아무 말하고 있지 않아도 날 반겨주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아버지는, 엄마가 아무 말도 안 해서 짜증 나!라곤 하지만. 나보다 훨씬 많이 엄마를 보고 왔다는 걸 안다.
사주를 믿지 않던 아버지는 요즘 고민이 생길 때마다 나와 함께 사주를 보러 가자고 하신다.
가면 꼭 하는 말들이 엄마는 이미 명이 짧은 사람으로 정해져 있었다고 했다.
특히, 암에 걸릴 거라고.
예전부터 사주를 봤으면 엄마의 인생이 달라졌을까?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인 후로는,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아버지가 없는 날이 오겠구나, 곁에 있는 남자친구가 없는 날이 오겠구나.
그래서 하루라도 젊을 때, 얼굴을 한번 더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보고 싶어도 못 보는 날이 올 테니까.
특히, 내가 내일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덕분에 일어나면 이부자리 정리를 한다.
내가 오늘 나가서 죽기라도 하면 내 집을 누군가 치워야 할 텐데... 얼마나 힘들겠나.
분명 이른 나이에 엄마가 암투병을 하고 세상을 떠난 것은 많이 속상한 일이다.
소중한 나의 단짝 친구가 사라지니, 심심한 것이 크다.
나만 바라보고, 나만 사랑하던 단짝 친구였으니.
이제 엄마는 늙지 않고, 나만 늙어가니까 30년이 지나면 우린 정말 동갑인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때까지 엄마를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
엄마를 기억하고, 엄마의 삶을 기억한다면,
긍정적으로 삶을 나아가는 힘. 타인을 사랑하는 힘. 고난을 이겨내는 힘 같은 거대한 선물들이
내 삶에도 스며드리라 믿는다.
사랑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