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기록하다
어느 날,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로부터 주간보호시설 이용 문의를 묻는 전화가 왔다.
센터에는 5년전 이용 대기를 했는데 연락이 자신의 차례가 얼마나 남았는지 묻는 문의와 함께 센터 이용기간에 대한 불만을 말씀하셨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타센터는 발달장애인의 이용기간이 5년정도 인데, 왜 이곳은 이용인 퇴소 조건을 45세로 정했냐는 것이다. 이는 이용기간이 너무 길어 본인 혹은 센터에 대기한 수많은 장애인에게 센터를 이용할 기회가 전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맞는 말씀이다. 센터의 문을 연지 7년 동안 센터의 퇴소자는 1명이 전부다. 현재 센터를 이용하는 분들의 나이를 고려할 때 이사를 하는 등 특별한 이유가 생기지 않는 이상 45세가 되어 센터를 퇴소하려면 최소 15년 정도가 남았다. 이를 고려해볼 때 16명의 발달장애인은 45세까지 안정적 혹은 독점적으로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를 특혜이니 시정하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이런식의 어려움이 야기되는 것일까?
성인이 된 중증발달장애인은 갈 곳이 없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가 발달장애인을 케어해주는 곳을 찾지 못해 자녀를 집에 혼자 있도록 두었는데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0년 등록된 발달장애인(지적장애, 자폐성장애)은 약 25만명이며, 매년 약 3만명 정도의 발달장애인이 장애등록을 한다. 물론 발달장애인 모두가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주간보호센터는 발달장애인 중 심한 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이 이용하는 곳이며 보통 한 센터당 12명~16명 정도의 인원을 담당한다. 전국에 장애인주간보호센터의 숫자는 2021년 기준 797곳. 약 12,00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숫자다. 이렇게 턱없이 부족하니 센터를 이용하지 못해 가정에서 케어를 해야만 하는 장애인 및 가족분들의 한숨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 물론 이를 해결하고자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를 신설되어 체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으나, 여러 아쉬운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센터 이용기간은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우리 센터처럼 45세 등 나이로 기준을 둔다면 위의 민원과 같이 이용 당사자들은 특권을 가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장점은 존재한다.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매우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기준이 옳고 그른지는 사실 재단하기는 어렵지만, 정확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실은 주간보호센터 자체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주간보호센터의 부족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바로 이용 대기자가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제 많이 변화했겠지만, 여전히 장애인을 가려받는 곳이 있다. 신변처리가 되지 않는 이용인. 자해와 타해가 심한 이용인 등 말 그대로 힘든 이용인은 센터에서 거부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받지 않아도 그들 뒤로 이미 많은 장애인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중증발달장애인의 이러한 특성을 '개성'이라고 표현하는데, 개성이 강한 발달장애인은 센터를 오랜시간 이용하지 못하고 면접 혹은 적응 기간에 개성이 발현되어 퇴소를 당하는 일이 많다. 이렇게 센터를 전전하다 어디하나 자리를 잡지 못한 분들이 많다. 그렇기에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늘 '을'이자 사회적 사각지대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증발달장애인이면 안정적인 삶을 위해 센터의 이용기간을 없애는 것이 좋을까? 나는 그렇게 생가하지 않는다.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이용기간의 문제는 사회복지사 뿐만 아니라 당사자와 당사자 가족과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나는 이용기간이 5년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단, 중증발달장애인들이 주간보호센터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센터의 수가 늘어야 함이 그 전제다. 주간보호센터의 존재이유는 중증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센터를 다니는 이유는 가족들이 당사자를 케어하는 것을 덜기 위함이 아니다. 부모들과 비장애형제들의 사회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낮시간 동안 중증발달장애인을 케어하는 것도 아니다. 이는 그저 곁가지다. 주간보호센터는 발달장애인이 행복하고 주체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옆에서 때로는 친구처럼, 형동생처럼 그저 거드는 곳이다. 즉 초점이 발달장애인에게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명의 장애인이 한 곳의 센터를 5년을 넘어 10년을 넘게 다니면 어떠할까? 안정적이고 편안하니 좋아할까? 아니다. 이는 부모가 느끼는 안정성이며 편안함이다. 장애인 당사자는 지루해한다. 지겨워한다. 프로그램을 아무리 다채롭게 바꾸어도 지루함을 느낀다.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곳에서 지낸다. 그러한 삶이 과연 행복할까?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삶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또한 센터마다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들이 다르고, 진행하는 특화 프로그램이 다르다. 발달장애인에게 환경이 환기되는 것과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경험들은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만남들이 그들의 삶에도 활력이 될 수 있다. 또한 이용기간은 발달장애인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사에게도 필요하다. 사회복지사들 또한 새로운 이용인을 만남으로써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이는 사회복지사로서 동기부여 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두번째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용인의 개성으로인해 소진된 사회복지사들 또한 새로운 만남으로 인해 다시금 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서로에게 이용기간은 존재하는 것이 더욱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2022년 2월 23일에 글을 쓰는 지금, 어제 걸려온 어머님은 2018년 3월 6일에 대기를 해주셨다. 물론 지금 다른 곳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용기간은 끝나가고 있음에도 새롭게 갈 곳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타들어가는 보호자의 마음을 나는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이런 고민을 더이상 하지 않도록 주간보호시설이 많아지길, 그리고 입소할 센터를 찾는 것이 잘 해결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