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범용 CCTV를 감시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아세요?" "에어컨과 난방기기도 CCTV 보고 뭐라고 할까 봐 눈치 보여서 못 켜요", "의자가 있으면 뭐해요. 앉기만 하면 바로 연락 오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도 CCTV 없는 곳에서 먹어야 해요", "잠깐 화장실을 다녀올 때도 CCTV에 손님이 기다리는 모습이 찍히면 점장님께 혼나요", "진상 손님 상대하고 있었는데 CCTV를 본 사장이 찾아와 알바 잘못이라고 혼났어요."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끝없는 증언이 이어졌다. CCTV 속에 살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 CCTV는 그들의 뒤통수를 바라본다. 뒤에서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 절로 긴장이 되고 힘이 들어간다. CCTV 속에는 사장님이 있다. 사장님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사장님이 쳐다보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려나. 시시각각 CCTV 속 아르바이트생의 행동을 보고 연락이 온단다. "책 읽지 마라", "핸드폰 만지지 마라", "유니폼 입어라", "창고 문 닫아라"
CCTV가 눈에 보이면 다행이란다. 한 아르바이트생은 CCTV가 없는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CCTV가 없는 줄 알았어요. 안 보였거든요. 그런데 우연히 가게 컴퓨터를 만지다가 제가 나오는 화면이 켜지는 거예요. 그땐 좀 섬뜩했어요"
그래도 아무 말 못 하는 게 현실이다. 알바 구하기도 어려운 시대에 한 마디라도 했다가 일을 그만두게 될 게 두렵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를 시원하게 내뱉고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낫다. 나도 20살부터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고 해왔고 주변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많은 사람들을 지켜봤다. 아르바이트 구하는 일, 생각보다 어렵다. 흔히 '꿀'알바라고 하는 일은 경쟁률이 치열하다.
CCTV를 방범용 목적 외에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물론, CCTV를 통해 강력범을 잡는 경우도 많고 순기능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보안, 안전을 위해 사용한다 해도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사실이 사라지진 않는다. 아르바이트생의 동의를 얻고 CCTV의 위치나 찍히고 있는 사실을 알리는 게 먼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여기 CCTV가 있어"라고 말한 뒤 동의를 구하는 사장은 없다. 또 동의를 구한다 해도 선뜻 동의할 아르바이트생도 없다. 동의를 한다 해도 그것은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알바는 해야 되니까'라는 마음에 동의하는 것이 아닐까.
아르바이트생들은 오늘도 CCTV 속에서 산다. 자신을 지켜보는 CCTV 속 사장님을 느끼며 그렇게 일을 한다. "불안하고 긴장돼요" 그들의 외침이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