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처음 만난 무례함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라니...

by 팬지

지난번 참관수업 사건 이후로 난 더 이상의 독일어 사전 수업은 들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고 학교에 이메일을 보냈다. 며칠 안에 학교에서는 교육청과 논의한 결과 범수는 사전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답을 듣게 되었다. 후련하면서도 씁쓸했다. 어쨌든 테스트를 본 후에 실력이 안 되는 아이들은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수업이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범수가 학교에서의 일상을 미리 조금이라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폐인 아이가 아니라도 아이는 부모 욕심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일찍 깨달았다고 생각하는 수밖에.

나는 사실 참관수업 때 그 교장의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교장이 말한 내용에는 깊이 공감하는 바이지만 말투나 태도가 범수를 무슨 짐짝 취급하듯이 했다. 그저 엄마로서는 아주 불쾌했다. 나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우리 애가 코리도킨트(7-9월생)라서 1년 늦은 2027년이 입학 예정인데 소아정신과에서 발달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니 6개월 뒤에 일반학교를 갈지 특수학교를 갈지 테스트를 한 뒤에 정하자고 했다고 하면서 의사 소견서도 같이 보냈다. 그러면서 내가 그 학교에는 범수처럼 지원이 필요한 애들을 위한 어떤 제도를 갖추고 있냐고, 특히 범수 같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이해가 부족해서 아이가 문제 행동을 했을 때 부모의 양육 태도를 문제 삼을까 우려가 된다면서 이런 아이에 대한 경험이나 시스템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문의했다.

그랬더니 온 답변이 가관이었다. 내 메일 잘 읽어보지도 않고 2026년도에 입학하는 줄 오해를 했나 보다. 6개월 뒤에 정하는 건 너무 늦다고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하라면서 댁의 아드님은 "우리말"을 잘 이해하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한다고 물론 자기도 법적으로 그런 아이를 거부할 수는 없고 굳이 보내신다면 애를 받아줘야겠지만 애를 위해서 굳이 이 학교에 보낼 이유가 있냐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오해를 하신 모양이라고 우리 아이는 2027년에 입학할 예정이라서 아직 시간이 있다고 했더니 , 그제야 사과를 하면서 자기가 새로 받아야 할 학생이 130명이 넘다 보니 자세히 확인을 못했다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내 기분은 상할 대로 상해서 이제 그 학교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특히 독일어를 "운저 스프라헤(우리말)"이라고 한 게 무척 기분 나빴다. 이방인인 내가 예민한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같은 상황이면 한국어라고 하지 우리말이라고는 절대 안 할 것 같았다. 우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나는 너무 기분이 나쁜 나머지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고 열이면 열이 모두 그 사람이 무례한 것이 맞다고 했다. 난 한국도 아닌 독일에서 교직원들과 싸울 여지가 있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지가 않다. 안 그래도 심신이 지쳐 있는데 너무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 이걸 견뎌서 내가 얻는 게 무언가. 범수가 얻는 건 무언가. 날이 따수워지는 대로 학교를 더 알아봐야겠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