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 또 찾아온 바이러스로 폐렴에 걸린 둘째

온 가족이 바이러스에 시달리고 있다

by 팬지

하루종일 열이 나 나에게 착 붙어 자기만 했던 아이가 다음날 그래도 뭘 좀 먹고 내 옆에 앉아서 말똥말똥한 눈으로 영상을 보고 있는데, 그냥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아픔을 견뎌 주고 어제보다는 병이 좀 나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아이가 아프면 자꾸 없어져버릴까 봐 무서워지기도 한다. 이렇게 자다가 혹여나 영영 눈을 안 뜰까 봐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자는 얼굴을 자꾸만 자꾸만 들여다 보고 자꾸 자꾸 이마를 짚어본다. 뭔가 어떤 증상이나 징후라도 놓쳤을까 봐.

이런 생각으로 지난 토요일을 버티다가 저녁부터 아이가 열이 심하게 나기 시작했다. 40도가 넘는 고열은 처음이라 두려움이 엄습했다.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오늘 밤을 더 버텨볼까 했지만 아이가 너무 숨을 몰아 쉬는 걸 보니 당장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밤 12시 반에 급하게 아이 옷을 입혀 응급실로 향했다. 새벽 1시에 도착했는데, 환자도 둘밖에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끝내 만난 의사는 청진을 하고 목구멍과 귓구멍을 확인하더니 폐렴은 아니고 단순 감기이며 해열제 잘 먹이고 있다고 월요일에도 열이 나면 소아과를 가라는 말만 남겼다.

의사 말에 안심했고 일요일 낮에 좀 괜찮아지는가 싶었는데, 또 밤이 되니 아이가 잠에 들지 못하고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며칠째 밥도 제대로 못 먹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월요일 정오까지 마무리할 일이 있어 아침에 일어나 급하게 마무리했고 열을 재어보니 또 40도의 고열이라 파라세타몰을 한 번 더 주고 소아과로 데려갔다. 소아과에 가자마자 아이 상태를 보더니 바로 산소포화도를 체크했다. 95 이상이 정상인데 89를 넘지 못했다. 의사는 이부프로펜을 먹이고 여기서 좀 더 기다려보고 진정이 되면 집에 가고 아니면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91, 92를 못 넘기니까 의사가 결국 구급차를 불렀다.

구급대원은 여기저기 병원에 전화를 돌리더니 원래 가던 병원에 가야 하냐고 물었다. 거기에 가도 되는데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갑자기 그 응급실 의사에게 화가 났다. 그래서 그저 제일 빠른 데가 좋지 않겠냐고 하면서 집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 도착하자 범진에 코에 산소를 연결했고, 우리 쪼꼬만 아기 발에 바늘을 꽂고 피를 뽑았고 포도당 링겔을 달았다. 범진이는 연신 "너무 아파"를 외치며 내 품에 안겨 울었다. 너무 마음이 아픈 동시에 장하다고 기특했다. 아프면 엄마한테 오라고, 얼마든지 안아주겠다고. 아이가 없다면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무한한 쉼이 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그렇게 진료와 처치를 마치고 우리는 병실을 배정받았다. 나도 감기에 시달리던 터라 힘들었지만 범진이와 나는 서로를 부둥켜 안고 아픈 몸을 달랬다. 그렇게 병원에서의 하루가 지나고 아침부터 범진이에게 항생제를 넣어주었다. 나는 짧은 독일어로 박테리아라도 발견됐나 물었지만 그런 건 아니고 이따 폐 사진을 찍어볼 거라고 했다. 이윽고 커다란 기계가 들어왔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범진이는 무서워했고 나는 범수 때보다는 더 강단 있는 엄마가 되어 조금은 더 능숙하게 아이가 제대로 폐사진을 찍을 수 있게 설득하고 달래고 안아주고 자리를 잡아 주었다.

저녁이 되어서야 결과를 들었는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폐렴이란다. 코로 연결된 관으로 산소를 공급받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너무 안쓰러웠다. 평소에 범진이는 밴드도 번거로워 붙이기 싫어하는 고집쟁이이다. 그런 아이가 처음에는 대차게 거부하다가 이제는 처치에 순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니 뭔가 이상하게도 슬픈 느낌이 들었다. 어떤 절차와 체계를 배우고 적응해 나가는 일이 정말 성장하는 일인 것일까? 그냥 문득 이런 바보같은 의문이 들었다. 결국은 두세 번만에 이렇게 해내는 둘째와 이런 걸 무척 힘들어하는 첫째아이가 대조되면서 왜인지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앞으로 일주일은 병원에 입원해야 할 것 같다. 잡혀 있는 작업을 미루고 남편과 일정을 상의해 큰 아이와 작은 아이를 각자 맡아야 할 것 같다. 지난번 첫째아이가 입원했을 때는 남편도 깁스를 한 환자이고 둘째는 모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이번에는 남편이 걸을 수 있고 아이들이 좀 많이 커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난 일주일은 큰 아이가 열이 나고 기운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이번 일주일은 둘째아이가 입원까지 하고 나도 영 상태가 좋지 않다. 둘째는 지금도 아픔이 느껴질 때마다 "엄마, 안아"라고 말한다. 아이를 안아주며 나도 기운을 얻으려고 한다.

누군가는 아이가 내 젊음을 먹고 크고, 내 에너지를 앗아가고, 큰 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두 아이를 키우느라, 그리고 아픈 아이를 돌보느라 오늘도 피곤하고 사실은 나도 쉼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이들이 나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며, 한 단계 더 성장하게 하며, 내가 몰랐던 세계를 알게 해주고, 내가 사는 세상과 사회에 더 관심을 갖게 만들어 주는 아주아주 귀한 존재라고 믿는다. 오늘도 살아갈 가치를 느낀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