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회사명 변경
오늘은 저의 마흔두 번째 생일입니다. 기념인지 일탈인지 모르겠지만, 삭발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이상하다며 깔깔댔고, 아내는 “생일날 다시 태어났냐”며 열 살이나 많은 남편에게 귀엽다고 해줍니다. 평소 입고 다니는 나시티와 삭발 머리의 조합이 아주 잘 어울린다고요. 원래는 아홉 살 차이지만, 아내와 저의 생일 날짜 차이 때문에 딱 사흘 동안 열 살 차이가 납니다. 저는 이 기간 동안 더 나쁜 도둑놈이 됩니다.
물론 깜짝 삭발을 하고 가족들 앞에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아내에게 여러 차례 “삭발해도 되냐”고 허락을 받았고, 아이들에게도 놀라지 않도록 “아빠가 머리를 엄청 짧게 자를 거야”라고 미리 경고했습니다. 아내는 제 머리, 제 마음대로 하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고, 아이들은 오늘 TV를 볼 수 있는지, 맛있는 케이크를 먹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아빠 머리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생일이지만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아들과 딸의 똥 묻은 엉덩이를 닦이고, 강아지의 오줌을 치우고, 상가에 새로 문을 연 동물용품점에서 고양이 사료와 간식을 사다가 채웠습니다. 마트에서 휴지와 부엌가위 등 필요한 물건을 사 왔고요. 소소하게 에어팟 프로 3와 스타벅스 텀블러를 셀프 생일선물로 샀습니다. 아내가 미역국을 끓여주고 맛있는 샴페인과 케이크도 준비해서 조촐하게 생일을 기념했습니다.
아참, 여기는 말레이시아입니다. 사십 년 넘게 산 한국을 떠나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온 지 한 달 가까이 되어 갑니다. 1년 이상 살아보려고 왔고, 몇 년 더 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는 나라를 바꾼 마당에 삭발을 한다는 건 참 사소한 결정으로 느껴집니다.
또 다른 사소한 결정들도 내렸습니다. 12년간 사용하던 ‘인썸니아’라는 이름 대신 ‘헤이제임스’라는 이름으로 회사명을 변경했습니다. 아직 변경 등기 중이지만, 곧 처리될 겁니다. ‘인썸니아’라는 이름도 짓는 데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헤이제임스’는 누가 들어도 고민의 흔적이 없는 이름이죠. 도메인도 구입하고 상표권도 신청했습니다.
앞으로 글을 주기적으로 써보려 합니다. 말레이시아, 바이브코딩, 인공지능, 개발 방법론, SaaS, 생존에 대한 고민, 육아, 건강, 소셜 미디어 등을 주제로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