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마인강
그런 순간들이 있다.
최악이라 느껴지는 시간들. 이보다 더 최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가 할 수 있는거 조차 아무것도 없는 순간.
잘 살지도 못하는 집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게 생겼다.
집을 구하라면 구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부활절 연휴였고, 어쩌다가 구할뻔한 집은 고민하는 순간 이미 나가버렸다.
이제 난 진짜 어쩌면 좋지? 심지어 2달 뒤면 이사갈 집이 있어 단기로 살 곳을 찾는게 더 어려웠다.
아무것도 못하고 난 그냥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구나. 싶을때 우연히 어느 집을 구하게 되었다.
중앙역 근처라 위험하면 어쩌지, 여기 살아도 될까? 걱정의 걱정이 앞섰는데 그래도 당장 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생각에 그냥 들어가기로 했다.
정말 최악이라 생각했는데 이 집에서 2달의 시간은 최고였다.
마인강 바로 앞에 있는 집이라 저녁 먹고 맨날 마인강을 걸을 수 있었다.
매일매일 여행온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독일 사람들의 여유를 함께 누릴 수 있었다.
심지어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에 악명높은 독일 날씨도 이때는 최고의 날씨였다.
집 근처에는 성수동에 온 듯한 예쁜 카페도 있어서 종종 가기도 하고, 그냥 모든게 행복해서 여기를 나가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재밌고 감사했다.
최악이라 생각했던 순간에 최고의 순간이 찾아왔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