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정체성 Dec 15. 2019

노잼 라이프

절대 집순이가 될 수 없었던 내가 집순이라니!

어제 친구들과 노잼 라이프에 대해 나눴다.

요즘 난 내 생애 가장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다.

회사 집 회사 집 집 집집집. 불필요하게 이불 밖을 나서지 않는 삶.


나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라이프를 살아가고 있는 셈인데,

불만이 없다. 이게 좋다.

밖에 있다 보면 쉽게 피곤해지고 이불속에 들어가고 싶어 지고

누워있는 게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살면서 일 년에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시켜먹던 배달음식을 일주일에 몇 번씩 시켜 먹고

누워서 유튜브 보며 웃다가 멍 때리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을 들락이고 책 몇 줄 읽다가 잠들고.

이젠 그게 삶의 낙이 됐다.


정작 몇 개월 전만 해도 난 집에 있는 시간이 그렇게나 아까웠다.

약속이 없어도 나가야 했고 목적지도 없으면서 무작정 걸어야 했다.

구름 한 점 더 보겠노라 서울숲까지 애써 자전거를 타며 날씨를 즐겨야 했고,

애써 사람을 만나야 했고 새로운 삶에 대해 무언가를 알아가야 했다.

그리고 여행을 해야만 했다. 새로운 곳을 찾아 새로운 경험을 해야만 했다.

(사실 여행에 대한 진부함을 느낀진 꽤 됐지만.)

그런 내가. 그런 삶에 피로함을 느끼고 이렇게! 노잼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니.

사람, 참 알다가도 모를 존재다.


이런 삶에는 자극이 없다. 덤덤하다.

가끔 여전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금세 어둑해지는 밖을 보며 약간의 허무함을 느끼지만

이 모든 게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불만이 없다.

"언니, 불만 없으면 된 거야~ 다들 그런 시기가 있어~"


네 말대로 살다 보면 이런 시간도 있나 보다.

언젠가는 과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겠지만, 그 시간을 기다리진 않는다.

지금의 내 모습도 좋고 지금의 내 삶도 좋다.

이너피스를 하는 법도 배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평온해졌다.

잔잔한 삶. 이런 건 처음이라 짜릿하다.

한편으론 이 모든 게 겨울이란 계절 탓인가 싶기도 하지만.

연말인데도 계획이 없는 이 고독한 연말이

꽤 괜찮다!

작가의 이전글 기억하고 싶은 색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