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현 Jul 05. 2024

구리 한강공원

오늘은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5도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예년 보다 여름 더위가 한 달은 일찍 온 것 같다. 예전에는 7,8 월에도 기온이 30도 넘은 날이 합쳐서 열흘이 안 되었다고 기억하는데..

그런데 이렇게 더운 날 누가 걷겠다고 나오랴 싶었는데 친구들이 열한 명이나 나오겠다고 한다.


오늘 걸어보려고 하는 곳은 구리 한강시민공원이다.

구리 한강공원은 해마다 코스모스 축제로 유명한 곳이어서 우리도 여러 해 전에 한두 차례 다녀온 곳이다. 그러나 코로나 시절에는 코스모스 축제가 열리지 않는다고 해서 구리의 한강공원을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봄에 이곳에서 유채꽃 축제가 열렸다고도 하고 지금은 수국이 한창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물론 유튜브를 통해서 이다.


유튜브에서 보여주는 풍성하고 다채로운 수국 꽃밭은 빨리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유혹적이다. 영상에서는 큰 나무들이 늘어선 가로수길도 보여 그늘도 없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5호선 광나루역 3번 출구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간다. 구리 한강공원에 가려면 우선 한다리마을이란 곳까지 가야 하는데 그곳 가는 노선버스가 많아서 기다리지 않고 곧 버스를 탈 수 있다.

한다리마을 앞에 내려서 한 자동차정비소 직원이 친절하게 가리키는 대로 길을 따라가니  코스모스길이라는 이정표가 보이고 최근에 열렸던 듯 정원 박람회라는 간판도 보인다.

과연 구리 한강공원에는 여름꽃인 수국이 많이 피어 있다. 탐스러운 흰색의 수국이 많이 피어 있지만 여러 가지 다른 색의 꽃들도 많다.

영상에서 보던 가로수길의 큰 나무들은 백합나무라고 처음 듣는 나무 이름이다. 공원 중간에 소나무 동산이 있고  그 아래에 수국이 많이 심겨 있어 소나무 잎의 초록색과 맑은 하늘의 파란색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이룬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여유 있게 앉아 점심 먹을 곳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식당을 찾을 수 없다.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강변의 나무그늘 아래서나 또는 식당이나 카페 같은 편의시설이 있으면 그 안에서 더위를 식히고 꽃을 보며 경치도 감상할 수 있을 텐데 이곳에는 그런 편의시설이 부족하니 오래 머무를 수 없어 아쉽다.

아무리 평일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수국꽃밭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우리만 구경하고 가기 아까울 정도다. 봄에는 유채꽃으로, 가을에는 코스모스 축제로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겠지만 여름에도 수국과 함께 물놀이장과 편의시설이 있으면 어린이도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가족 놀이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인터넷 정보에 의하면 근처에 작은 마트나 푸드트럭이 있어 여기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천천히 계속 걸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으나 그 두 곳은 금방 눈에 뜨이지도  않고 너무 뜨거운 날씨에 그 계획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할 수 없이 강변을 따라 광나루역 근처로 가서 가까운 식당을 찾기로 한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린 한다리마을이란 곳은 낯선 시골 마을이어서 식당 찾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아서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햇볕 내리쬐는 구리 한강변에서 걷기가 시작된다. 한강시민공원에서 서울 쪽으로 강변을 따라 걸어가니 강 건너 암사동의  아파트 단지와 그 끝에 롯데타워, 그리고 멀리 광진교와 올림픽대교의 꼭대기가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워커힐호텔과 그 뒤에 아차산이 있다.


한강변의 둑길은 오래전부터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어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꽤 많다.  자전거도로 옆으로는 보행로도 나란히 가고 있지만 보행자  도로는 그늘이 적다. 그늘도 없는데 차라리 강물이나 보며 걷자면서 우리는 강둑의 흙길을 걷는다. 강둑에는 노란 금계국이 활짝 피어 우리를 응원해 주는 듯하다.  뙤약볕 아래 이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우리 외에는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가 오늘 노인극기훈련을 하고 있다고 H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한다.


얼마쯤 가니 구리암사대교가 나오고 대교아래 시원한 그늘도 있다. 대교 아래에는 이미 많은 자전거운전자들이  모여 쉬고 있다. 우리가 쉼터의 벤치로 올라가니  젊은 부부인듯한 자전거운전자들이 우리 보고 자전거 타고 왔느냐고 묻는다. 우리가 걸어왔다고 하니 매우 놀라며 우리의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하며 친절하게 대해준다. 자전거를 타고 강변에서 바람을 가르며 씽씽 달리면 멋질 것 같은데 이제  자전거 배우기는 좀 늦었지? 하고 실없는 생각을 해본다.


그늘진 대교 아래 서늘한 쉼터를 아쉬워하며 떠나 다시 광나루를 향해 걷는다. 한 구간은 워커힐 호텔 아래쪽 강변의 아차산대교 밑 그늘을 지나게 되니 잠시 걷기가 수월하다.


구리 한강공원을 떠난 지 약 한 시간쯤 지난 후에 드디어 광장동 카페거리에 도착한다. 제일 처음 눈에 뜨이는 식당에 무조건 들어가기로 했는데 마침 R이 잘 알고 가끔 다녀간다는 한 식당에 도착한다. 점심시간도 끝날 무렵이라서 전망 좋은 곳에 시원한 자리도 남아있어 다행이라고 모두 기뻐한다.


'고생 끝에 낙'이라는 옛말은 오늘 같은 상황에 꼭 맞는 말일 것 같다. 즐거운 고생이긴 하지만 무더위에 정말 극기훈련과도 같은 힘든 도보여행을 했으니 말이다.


불평 없이 끝까지 참고 참여해 준 친구들에게 감사하고 무사히 귀가하기를 바라며 집에 돌아오니 오늘은 만 오천보 넘게 걸었다.


집에 앉아 바깥 기온 체크해 가며 오늘의 사진을 본 톡방 친구들은, “사진에서는 덥지 않아 보이는데?” 한다.


2024년 6월 20일

매거진의 이전글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