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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Jun 08. 2024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기

라니씨와는 일주일에 한 번 만난다. 마치 교회에 가듯 일요일 점심은 라니씨와의 약속이 고정되어 있다. 라니씨와 둘이 만나 나의 외조모이자 라니씨의 모친이신 영갑씨 댁을 방문한다. 99세 영갑씨, 78세 라니씨, 51세의 나 이렇게 모녀 삼대가 매주 일요일 만난다.


한 주 동안 각자 잘 살다 일요일에 만나 맛있는 점심을 (배달시켜) 먹고 웃고 떠든다.

여행과 나들이를 좋아하시는 영갑씨는 라니씨의 목은산회 활동을 늘 궁금해하신다. "놀 수 있을 때 놀아야지. 젊을 때 놀아야지"하시며 '젊은 딸'을 응원하신다.


다른 모녀 관계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 삼대의 관계는 좀 서울깍쟁이 같고, 쿨하고, 조금은 개인주의적이랄까.


라니씨가 매주 기록하는 '엄마의 산책'은 우리 모녀 삼대의 안녕을 확인하는 매개가 된다.

라니씨는 매주 영갑씨에게 산책기록을 읽어드리고, 영갑씨는 낭독을 들으며 산책의 풍경을 눈에 그린다. 코로나 이후 외출이 어려워진 영갑씨에게 이 시간은 귀로 듣고 머리로 그려내는 나들이 시간이 된다.


일요일의 개더링 세션이 끝나면 라니씨는 집에 돌아가 낭독했던 글을 나에게 공유한다. 그렇게 우리는 산책과 기록, 낭독으로 서로 연결의 순간들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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