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화의 관점에서 바라본 조직과 우리
공진화 共進化, 한 생물 집단이 진화하면서 이 집단과 연관된 다른 생물 집단도 함께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개념이 살아가며, 그리고 금융시장에서 경력을 쌓아가며 나의 기질에 스며들고 있다는 걸 느낀다.
지난 10년간 CFA 한국협회라는 금융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영리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해왔고, 그중 6년은 이사회 구성원으로 일해왔다. 최근에는 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이사회 멤버로서의 활동은 비영리 단체의 운영과 관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는 시간이 되었다. 이사회에서의 역할은 전략적 의사결정, 프로그램 기획 등 다양한 리더십 스킬을 요구하며, 자원봉사자 관리와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영리 단체와는 다른 도전과제를 포함하고 있었다. 영리기업에서 수익이라는 단순화된 평가기준과 달리, 비영리 단체는 수없이 많은 주관적이고 복잡한 평가 기준을 마주해야 했다.
비영리 단체는 회원들의 필요와 기대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회원들의 만족과 참여를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 CFA 한국협회에서의 활동을 통해 다양한 세대의 회원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요구를 반영한 프로젝트들을 만들어왔다.
대표적으로, 대학생 점심시간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현재 8기까지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200명이 넘는 대학생과 멘토들이 참여했다. 또한, CFA 한국협회 PE 네트워크의 리더로서 실무적으로 도움이 되는 세미나를 중심으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자질에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포함된다는 걸 체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런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기도 하다.
왜 협회장 선거에 출마했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나는 MBA에 간다는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비영리단체의 리더로서의 경영경험은 충분히 내가 헌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비영리 단체란 한 사회와 그 사회의 구성원인 개개인에게 어떤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다 줌으로써 그 존재 가치가 있다. (비영리단체의 성공은) 선의의 사명을 올바른 행동으로 실천하는데 성공했느냐, 성공을 하지 못했느냐에 달려 있다." -피터 드러커, 비영리 단체의 경영
내가 이사회 활동을 하며 가졌던 사명은 협회원을 위한 가치 창출이었다. 이사회의 리더가 됨으로써 우리의 사명을 다시 점검하고, 우리가 하는 사업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의 사명을 우선에 둔 의사결정을 통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조직으로 협회를 성장시키고 싶었다. 단순히 문제점만을 공유하는 보고체계에서 벗어나, 변화와 기회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이사회 운영을 통해 기회를 포착하는 조직을 만들고자 했다. 이 모든 것들은 이사회의 한 구성원이 아닌 리더의 자리에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내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에 감사한다.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고, 아직도 보내고 있다. 이런 고민들을 함께해온 동료들이 있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에 감사한 시간으로 이 여름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 같은 경험이 기반이 되어 펼쳐질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과연 사모펀드라는 나의 업業과 전혀 연관이 없는 비영리 단체 활동이었을까?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업業은 고객을 성장시키는 일이다. 그게 사업적인 성과든, 수익률이든 말이다. 그리고 탁월함은 헌신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타심이라는 기본적인 마인드가 없으면 일이 힘들어진다. 그리고 그 이타심은 감사한 인연과 성과로 이어졌다. 나는 이타심도 경영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진화, 이 모든 경험과 과정에서 나도 함께 진화하는 중이다. 즐겁고 감사한 일이다.
*35,000개의 테라코타로 만든 앤서니 곰리의 Field 시리즈. 관람객은 저 무한해 보이는 얼굴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에 압도가 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나는 그들 앞에 미미한 존재임을 느끼며 겸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