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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Sep 07. 2024

중소기업 M&A: 네트워크, 신뢰, 그리고 경영자

중소기업 M&A 시장은 겉으로 보기엔 복잡하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매우 세밀하고 다양한 요소들이 얽혀 있다.  어제 있었던 CFA PE 모임 세미나를 통해 이러한 M&A 시장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자문사의 입장에서 딜을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 세미나 내용을 바탕으로 딜 소싱부터 M&A 협상 과정, 그리고 중소기업 대표와의 신뢰 관계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 M&A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을 정리해본다. 세미나의 발제자는 중소기업 전문 자문사의 대표였다. 




딜 소싱: 네트워크와 브랜딩의 

중소기업 M&A의 첫 관문은 바로 딜 소싱이다. 이는 어떻게 좋은 기회를 발굴하느냐의 문제로, 네트워크가 그 핵심에 있다. 기업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창업자들은 그 자체로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들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대표들에게 자문을 제공하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딜의 기회를 만들어낸다. 우리 입장에서도 이러한 Exit 창업자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브랜딩 역시 딜 소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모펀드나 자문사 자체의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선다. 실제로 어제 세미나 발제자의 경우 회계법인 시절부터 브랜딩에 신경을 쓴 결과, 유튜브나 책을 통해 이분을 안 대표들의 자문 요청을 받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한다. 이는 자문사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브랜딩은 딜 소싱 채널을 확장하고,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낸다. 


중소기업 대표와의 신뢰: 딜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

중소기업 M&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표와의 신뢰다. 자문사의 입장에서 대표가 자문사를 자신의 편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딜은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렵다. 나도 현장에서 많이 느낀 바지만 자문사와 PE(Private Equity)를 구분하지 못하는 대표들도 많다. PE는 투자자로서 이익을 추구하는 반면, 자문사는 대표의 입장에서 회사를 대리한다. 


이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자칫 기업 가치가 과소평가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는 대표들의 심리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대표가 자신의 기업 가치를 믿고 사모펀드와 협력하게 만드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또한, 중소기업 대표들은 초기에는 M&A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구주와 신주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딜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모를 수 있지만, 이들의 빠른 학습 능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딜이 진행되면서 대표들은 딜 전문가 수준으로 발전하며, 때로는 그 과정에서 협상에 임하는 태도가 변화해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들 때도 있다. 대표가 점점 딜의 구조를 이해하게 되면서, 기업 가치를 올리려 하거나 협상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 수 있다. 


협상의 어려움: 기업 가치와 시장의 반응

협상에서 가장 큰 갈등 요소는 단연 기업 가치다. 대표는 자신의 기업이 최대한 높은 가치를 인정받길 원하지만, 인수자는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 한다. 이때 자문사를 운영하는 세미나 발제자의 노하우가 인상깊었다. 첫째, 시장 반응을 대표에게 전달하며,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기업 가치를 알게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2~3개의 미팅에 대표를 동행시켜 시장에서 형성된 가치에 대해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둘째, 딜의 디테일한 내막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언론에 보도된 한 F&B 기업의 매각이 높은 멀티플로 성사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딜은 영업이익이 높은 다른 법인들과 함께 매각된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딜의 세부 사항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이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자가 내걸 수 있는 단호한 조건들을 미리 교육하여 대표가 딜의 현실을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중소기업 매각에서 한 번에 100% 구주를 매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언론에서 100% 매각으로 보도된 경우에도 실상은 대표가 후순위 출자를 하는 등의 복잡한 조건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조건들을 미리 이해시키고 준비시키는 것이 협상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회계/세무 이슈와 사전실사의 중요성

회계와 세무 이슈는 중소기업 M&A에서 흔히 간과되는 부분 중 하나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제공하는 자료는 80% 이상이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이는 기업들이 회계법인에 단순한 기장 업무만 맡기기 때문인데, 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딜 진행이 매우 어려워진다. 따라서, 사전실사를 매우 철저하게 진행해야 하며, 이를 통해 기업의 실질적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하는 시장: 중소기업의 새로운 인수 주체 등장

최근 몇 년간 중소기업 M&A 시장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점은 중소/중견기업이 인수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대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주도하던 M&A 시장에 이제는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 중에서는 투자 유치에 성공하여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들이 M&A를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다.


한 예로, 물류자동화 설비 제조사 T의 경우, 한 중견 물류 기업에 인수되었다. 과거 이 물류기업은 첫 M&A대상을 3년 만에 매출액을 80억 원에서 600억 원으로 크게 성장시켰다.  이 첫 M&A를 통해 M&A의 장점을 체감하게 되었고, 2024년 한 해에만 세 건의 인수를 더 진행할 정도로 적극적인 인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M&A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서, 기업의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중소기업 M&A의 매력: 타이밍과 성장성

중소기업 M&A의 매력은 타이밍과 성장성에 있다. 요즘 젊은 창업자들은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Exit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 인수하려는 니즈가 커지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J-Curve 초입에 있는 기업들을 인수하게 된다면,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젊은 창업자 그룹에 대한 노출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Ellsworth Kelly, Colors for a Large Wall 1951


중소기업 M&A의 핵심은 경영자에 있다

결국, 중소기업 M&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다. 한 중소기업의 95% 역량은 경영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딜을 진행하면서 인수자들이 중소기업 경영자를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앞서 언급한 자문사와 사모펀드에게 기대하는 경영자의 니즈를 바탕으로 경영자의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그들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성공적인 M&A의 핵심이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다시 한번 경영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앞으로 중소기업을 거래상대방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 점을 더욱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엘스워스 켈리의 이 작품은 다양성이 조화와 협력을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무작위적이지만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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