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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Sep 14. 2024

마음이 그리는 길

아무도 없는 숲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숲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지난 미술 모임 때 선생님께서 독일의 신표현주의 작가 마르쿠스 뤼페르츠(Markus Lüpertz)의 작품을 설명하며 사용한 문구다. 지난 프리즈 때 마이클 워너 갤러리 부스에서 마르쿠스 뤼페르츠의 작품을 실제로 봐서 그런지 이 표현이 오래 머리에 남았다.    




이 말은 '존재하는 것은 지각된 것이다'란 말을 남긴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 조지 버클리가 남긴 말이었다. 그는 우리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우리의 지각 속에서만 존재하며, 외부 세계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에게 있어서 물리적인 사물은 우리의 인식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관찰자가 없으면 사물은 실재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그는 경험과 지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내가 본 뤼페르츠의 작품은 구상과 추상이 혼합이 되어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뤼페르츠는 그림을 이루는 것은 색과 형태라는 자신이 생각하는 본질에 집중하며 작업을 한다고 한다. 동독출신의 그는 서독으로 넘어와 베를린에 자리를 잡으며 바젤리츠와 함께 신표현주의의 흐름을 만들어왔다. 


뤼페르츠는 대부분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고전을 자신의 세계로 재해석하여 작품화 하였다. 그의 작품은 흔히 기존의 질서나 객관적인 현실을 부정하고, 그 대신 주관적인 인식과 내면적 경험을 통해 새롭게 정의된 현실을 제시한다. 그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상징적이고 감정적인 요소들은 버클리의 지각이 곧 존재라는 철학과 유사한 맥락에서, 주관적 경험을 통한 현실의 표현이란 주제로 연결된다. 왜 선생님께서 버클리의 표현을 가져오셨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Markus Lüpertz, Landschaft (nach poussin), 1989

버클리의 철학, 뤼페르츠의 예술은 우리가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경험하느냐에 따라 현실 그 자체가 형성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사모펀드 매니저로 나는 현실의 한계 너머 기회를 찾으려 노력한다. 버클리의 말처럼 현실은 지각하는 사람의 마음에 의해 정의가 된다. 이게 내가 프로젝트를 대할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문제는 존재하지만 그 문제는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믿음,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되, 마음속에서는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태도가 결국 나의 자산이 되지 아닐까. 뤼페르츠가 눈에 보이는 세상을 넘어 내면의 감정을 캔버스에 담아내었듯, 나 역시 밝은 미래를 마음 속에 미리 그려본다. 


니콜라 푸생, 성 요한이 있는 파트모스섬 풍경, 1640

*뤼페르츠 작품의 힌트가 될 수 있는 니콜라 푸생의 1640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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