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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May 05. 2024

리더쉽의 본질

자신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기업에 대한 투자검토를 할 때 어떤 것을 중요하게 보나요?' 


흔한 질문이자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VC든 PE든 대표자, 창업자를 가장 우선순위로 꼽는다. 나도 대부분 그렇게 대답을 하지만, 그렇다면 어떤 면을 중요하게 봅니까란 질문을 받으면 인성이란 단어로 뭉뚱그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도 그럴 것이 투자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대표자와의 만남은 수십번은 족히 되고 사업 이야기 개인적인 이야기 등 수십개의 말뭉치가 정형화하기 힘든 하나의 느낌으로 귀결이 되는데 이게 참 논리적으로 입밖으로 내기 힘들다. 주니어 시절 투심위 때 영업담당 임원이 이 기업의 장점을 물어보는 다른 투심위원 질문에 '대표님이 정말 좋습니다'란 답변에 실소를 했던 기억도 난다. 그땐 내가 뭘 몰랐던거지. 


대표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투자자가 던지는 질문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나는 별도의 질문 루틴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틀 전 컨설턴트 L과의 대화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생각을 깊게 정리해볼 기회가 가졌다. 




지금 검토 중인 기업 A사는 1년 반 전 대표자가 대기업 출신 전무 B와 이사 C를 채용하면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했다. 즉, B 전무와 C이사를 대표가 직접 채용했고, B전무가 추천한 이사 3명이 들어오면서 회사 임원의 90%이 신규 입사자가 되었다. 인건비가 늘어나며, 23년 판관비를 무겁게 만들었고, 영업이익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좋다. 조금 무거워진 판관비는 2024년, 더 나아가 이 기업의 미래를 위한 도움닫기가 될 테니.  


그만큼 B전무를 포함한 이사진들에 대한 파악이 나에겐 중요했고, 이 기업이 속한 산업의 전문가인 컨설턴트 L을 만나 나의 갈증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녀의 응답 중 일부다.


"우선 기업 A의 대표님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시고, 사람을 어떻게 쓰시고, 어떤 타입의 사람을 믿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B전무나 C이사에 대한 레퍼런스도 레퍼런스이지만, 대표님의 생각이 더 중요해요. 누구를 믿고 있고 그 믿는 이유의 근거는 무엇인지 알아야죠." 


"대표는 조직의 핵심 의사 결정권자죠. 때문에, 그의 결정을 반대하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그 결정 이후 대표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임원이 항상 대표의 결정에 동의할 수는 없잖아요. 대표는 의사결정을 진행한 후 그 결과를 통해 자신의 결정과 인간관계를 재평가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유능한 인재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게 되는 거 같아요. 제 경험이기도 하고요." 


"대표자, 창업자의 큰 자질은 얼마나 자신을 알고 있느냐에서 갈리는 것 같아요. 투자유치를 잘 받는 기업은 자기가 못하는 부분을 명확히 알고 있는 대표가 있는 곳이죠. 이런 기업들이 투자사와 가장 큰 시너지가 났던 것 같아요." 



A사 대표님과 인사정책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이러한 관점으로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 믿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지는 것은, 자신에 대한 판단이 확실해 질 때 비로소 형성되는 것 같다. 살며 살아가며 바뀔 수는 있어도 지금의 기준점은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이러한 관점의 변화 자체를 신뢰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성공적인 리더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이게 비단 기업의 대표에게만 해당되겠는가. 나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어떤 사람을 믿고 신뢰하는가. 


*그림은 DALL-E로 만들어본 함께하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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