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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nokno Nov 06. 2023

인사

 도착하자마자 눈이 마주친 넌 어딘가 아름아름한 눈빛과 표정으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가방은 네 시선처럼 어디 둬야 할지 몰라 삐걱대고, 그런 널 보는 나도 덩달아 망설임이 생기고 눈치를 보게 된다. 바닥을 쓸고난 시선이 나를 쳐다보고, 입술을 살짝 깨문 너는 커피를 가지고 오겠다고 했다. 다시 혼자가 되어 생각의 우물에 잠겼다.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며.

어쩐지 미소가 지어지긴 해도.


 너는 오기 전 바깥에서 찍었다며 가방에 들어있던 사진을 보여주었다. 물 빠진 회백색 배경에 무심하게 떨어진 꽃 몇 송이. 내가 물 빠진 색을 좋아해선지, 아님 그저 네가 찍은 거여선지 아무튼 좋았다. 사진을 돌려주며 참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가져온 책을 바꾸어 읽었다. 네 책들은 너처럼 항상 안온한 분위기를 감고 있어 읽기에 편안하다. 접어준 페이지를 읽으며 네가 떠올렸을 생각의 길을 뒤따라갔다.

 페이지를 넘기다 무심코 그 위로 네 손을 봤다. 놀이터에서 뒹굴고 온 아이처럼 흙과 모래가 덕지덕지 묻은 손. 뭐 하다 그랬냐고 물어보자 손등을 감싸며,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이 반반 섞인 표정으로 사진 찍다 그랬다고 대답했다. 처음으로 계란 프라이를 성공한 아이처럼 발간 얼굴에 생기가 흘러넘쳤다.


 돌아가는 길에 빛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는 우디 앨런 영화에 나오는 햇빛을 말했다. 해사한 오렌지색에 건조하고 미지근할 것 같은 그런 빛, 나는 그 장면을 항상 수 번씩 돌려본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인 너는 채도를 뺀 형광빛이 좋다고 했다. 눈에 띄진 않지만 차분하고 정적인 색깔, 머릿속에 그 색으로 칠해진 작업실에 앉아있는 너를 그려보았다. 

 금방 그 색을 좋아하게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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