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cal Park Feb 28. 2023

230228

<빡빡머리>

학창시절부터 늘 숏컷과 단발 어느메 쯤의 머리로 살았다. 살며 한 번쯤은 긴 머리도 가져보고 싶어서 몇 해 전 한동안 머리를 길렀다. 긴 머리의 이점은 단 하나도 없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우선 가장 불편한 건 감고 말리는데 너무 많은 결심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다음은 누웠을 때 여러 방향으로 뒤척일 때마다 머리가 몸에 깔려 당겨져서 매번 머리 정리를 하고 돌아누워야 한다는 점. 치명적인 세 번째 이유는 머리가 너무 많이 빠지는 점이다. 일단 긴 머리는 길이만큼 무게도 무거워져서 중력의 힘으로 많이 빠질 수밖에 없다. 또 내 머리는 곱슬머리라 자기들끼리 꼬여서 많이 빠지기도 했다. 바닥이며 수챗구멍이고 빠진 머리카락 치우는 게 일일 정도였다. 단발머리일 때 청소하는 간격의 두 배는 자주 청소해야 했다. 또 소소한 단점은 늘 발이 달려 도망가는 고무줄과 머리핀을 지속적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들로 말미암아 나의 머리는 다시 회귀했다. 머리에 관해 품고 사는 작은 소망이라면, 살며 한 번쯤은 반삭 머리를 해보고 싶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머리통 실루엣을 드러내놓고 사는 것에 거침이 없건만, 이것이 어찌 그리 부담스러운지 아직 엄두 내지 못하고 있다. 언젠간 시도할 수 있겠지. 용기를 좀 더 모으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23022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