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청소년기 자녀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 하나만 잘하면 나머지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부모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자녀가 부모와 함께 있을 때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우리는 인간관계를 맺을 때 이 사람이 내게 안전한 사람인지를 고려하면서 관계를 맺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모든 관계에 적용해 볼 때 좋은 부모, 좋은 친구, 좋은 상담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안전하지 못할 때 뇌의 편도체가 활성화가 되면서 불안이나 공포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 몸은 상황에맞설 준비를 하는데이를투쟁-도피반응(fight-flightresponse)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먼 조상들은 길에서 호랑이를 만났을 때 싸워야 할지 도망쳐야 할지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심박수를 올려서 몸에 혈액을 빨리 공급하고 동공을 확장시키고 몸을 각성시키고 경직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현대사회는 길에 호랑이는 없지만 호랑이를 만났을 때처럼 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왜인지 모르지만 어떤 사람과는 대화를 하면 마음이 불안하고 긴장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누군가를 만났을 때 불안하지 않고 편안한과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 사람은 안전한 대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예로 부모님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나의 아버지, 어머니를 떠올려 볼 때 얼마나 솔직하게 나의 고민과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어떤가요? 누군가는 나의 어려움과 고민을 모두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나의 부모님에게는 무언가 이야기를 털어놓기 힘들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걱정을 하거나, 잔소리가 심할 것 같아서, 아니면 너무 혼을 낸다던지 이유는다양할 것입니다.
후자에 말했던 경우가 바로 안전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안전하다는 것이 위협이 없다는 걸 뜻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 부모가 너무 걱정하니까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다시 불안해지는 것 또한 안전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것을 다시 자녀와의 관계에 적용해 볼까요? 예를 들어 자녀가 고민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는데, "너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야?", "그게 뭐 학생으로서 맞아?", "정신 안 차릴래?" 등으로 반응한다면 '부모님에게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기가힘들구나.'라고느끼고 안전하지 못한 상황으로 인지한 뒤 물러설 가능성이 많습니다.
우리는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어려움을 말할 수 있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만큼 더 많이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상담자로서 상담받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안전한 존재가 되어주는지에 상담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간식도 내어주고, 겨울에는 따뜻한 차도 내어주며 한번 더 미소를 띠는 등의 사소한 스킬들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내가 이런 얘기를 해도 될까?'라는 의구심을 갖는 학생을 안심을 시키는 것입니다. 이 사람이라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간접적으로 주는 것이고, 결국 길게는 상담과정과 나의 삶을 통해 제가 안전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상대에게 안전한 존재가 되어주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일수도 어려운 일일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의 자녀에게만큼은 안전한 대상이 되어주어야, 중대한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자녀는 부모에게 솔직하게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