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k 400TX Powerflash
어느 날, 즉석카메라가 나를 불러 세웠다. 이제는 필름을 사용하지도 않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필름 판매대에 같이 진열된 즉석카메라들을 즐겁게 들었다 놨다 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즉석카메라, 일회용 카메라 혹은 장난감 카메라. 어떻게 불려도 한결같이 가볍고 친숙한 존재. '그래! 혹시 또 몰라?' 라며 처음으로 진지하게 즉석카메라를 고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내 눈에 띈 것은 코닥의 흑백 필름 [TX400]이 들어가 있는 즉석카메라였다. TX400은 코닥을 대표하는 흑백 필름 중 하나다. 거칠지만 요상하게도 마음을 끌어당기는 입자감 때문에 나도 자주 사용했었기에 그 필름이 들어가 있는 즉석카메라는 내 흥미를 돋웠다.
솔직히 처음 나는 "TX400이 들어가 있는 즉석카메라가 있어?!"라며 놀랐다. '즉석카메라에 이런 고급(?) 필름이 들어가 있다니!'라고. 실제 36장짜리 TX400은 19,000원 정도의 가격이니 TX400 27장에 카메라 포함22,000원이라면 과연 그럴듯하군! 하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카메라는 무척 예쁘장한 박스와 그 안쪽의 은박 포장으로 잘 쌓여있다. 솔직히 즉석카메라의 포장 중 최상(?)급의 디자인 감각을 자랑한다고 봐도 되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카메라의 스펙이 자세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단점이다. (다른 즉석카메라 사용기에 쓰겠지만, 의외로 즉석카메라들도 스펙이 자세히 명기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여 인터넷에서 찾아본 대강의 스펙은 이러하다.
렌즈 : 약 25-28mm
F값 : 약 F16
셔터스피드 : 약 1/100초
ISO값 : 400
기본적인 사진 지식이 있다면 뭔가 계산을 해서 적절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정보지만, 이런 즉석카메라의 가장 큰 매력은 '그냥 그런 게 있나부다.' 하고 그저 사진을 찍는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크기는 당연히 아주 작고 아담하며 무게는 대충 100g 내외.
플래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저 플래시 버튼을 눌러야 한다.
플래시가 터질 준비가 되면 카메라 왼쪽 상단에 있는 램프에 붉은 불이 들어온다. 오랫동안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으면 알아서 꺼진다. :)
카메라의 사용감은 전형적인 '띡똑' 느낌의 셔터 감, '끼리리릭'대는 와인딩 감을 가지고 있다. 음. 이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스스로에게 조금 자괴감이 느껴지는군요. 명색이 즉석카메라 대탐험이니 다음에 쓰는 카메라에서는 좀 더 다채로운 설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카메라를 모두 사용하고 나서 현상소에 가져가면 저렇게 밑 뚜껑을 분리해 필름을 꺼내게 된다. 이 즉석카메라에 들어있는 TX400은 필름통(캐니스터)이 은색이라 아주 이쁘다.(본래는 검은색) 현상이 끝난 후 필름통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겐 좋은 아이템이 될 듯. 필름통이 은색이 된 이유가 원가 절감을 위한 것이라니 이 또한 재미있다.
즉석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내 건 나만의 모토는 정말 마음대로 찍자!이다. 그렇게 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른 것이 이 오토바이. 고급 카메라와는 다른 떨어지는 해상도의 사진이지만 주머니에 쏙 들어가 있던 카메라로 정말 마음 가는 대로 찍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