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도는 2017년 8월 1일이었다. 한여름의 뜨거운 마음으로다가 라이카 SL에서 핫셀 X1D로 기변을 감행했다. 바로 이전엔 라이카 M10에서 SL로 기변을 했던 터다. 단기간에 카메라를 휙휙 갈아치우는 기변병은 늘 사막의 폭풍 같은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아이구 뜨겁다 뜨거워.
나는 사진을 라이카의 M시스템으로 본격적으로 배우고 익혔다. 2001년 처음 M6를 살 때 고려했던 것은 크기와 무게 그리고 셔터소음의 크기 여부였다. 그 이전 몇 년간 사용한 니콘 FM에 비해 M6는 무게는 더 무거웠던 것 같았다. 그렇지만 부피는 확실히 작았으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셔터소음이었는데, 정말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작은 셔터음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내가 카메라를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당연히) 여러 가지 조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충격적으로 작은 셔터음 하나로 나는 M6를 선택한 것이다.
왜냐하면 내게 있어 사진이란 가능한 한 평소의 호흡을 유지하며 동시에 주변 사람들이 내가(누군가가) 사진을 찍는 행위를 하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게 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M6의 작은 셔터음과 앙증맞은 체구 그리고 대단히 아름다운 디자인은 내가 첫 번째로 추구하는 허들을 모두 만족시켰다.
물론 최단 촬영거리가 대체로 길다는 점, 파인더와 실제 촬영되는 사진 간에 발생하는 오차, 수동 포커스만 가능한 점, 1000분의 1초까지만 지원하는 고속셔터의 부재 등등 많은 한계점을 지닌 M6지만 그 당시에는 이런 단점들 따위 다 극복(혹은 무시 혹은 체념)하고 경박단소저소음이라는 특장점으로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어보겠다는 도전정신이 충만하기도 했다.
그렇게 오랜 기간 M시스템을 사용해 오며 -정말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었고 점점 내가 원하는 카메라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청사진에 아주 근접하게 들어맞는 카메라가 2017년에 등장하게 된다. 그게 바로 핫셀블라드의 X1D였다.
저 시기(그리고 지금도 포함)에 내가 명확하게 원하던 것은 큰 판형과 우수한 화질, 자동초점 그리고 그 이전부터 늘 원해온 경박단소저소음이었다. 그리고 얼핏설핏 들여다보면 핫셀의 X1D는 대체로 내가 세운 기준들에 꽤 부합하고 있었다.
디지털 중형 포맷의 기본이라 볼 수 있는 44x33 센서를 갖는 가장 작은 바디, 느릴게 분명하긴 하지만 분명한 자동초점 기능. 리프셔터를 사용하는 렌즈 시스템이라 조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 ‘이야…… 이건 정말 한 번은 써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카메라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바로 전에 사용하던 SL시스템을 모두 정리하고 X1D시스템을 들였다. 그리고 곧 생각지 못했던 여러 카운터에 연속으로 두들겨 맞아야만 했다.
일단 생각했던 경박단소는 확실히 만족할만했다. 당연히 M시스템 보다야 월등히 크지만 SL과 비교하면 거의 대등한 크기와 무게이기 때문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저소음 부분에선 문제가 조금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이 리프셔터가 소음이 꽤 있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HEXAR AF정도의 소음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XCD렌즈들의 리프셔터 소음은 어찌 보면 SLR의 미러 소리보다도 더 귀를 자극하는 소리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으음… 이거 얘기가 좀 이상한 곳으로 흐르는군.이라는 생각과 함께 계속해서 문제점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발열이 문제가 될 줄은 솔직히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X1D는 발열이 꽤 있는 카메라라 할 수 있다. 켠 지 몇 분 안에 그립이 뜨끈 따끈 해지는 데에는 정말이지 놀랐다. 내가 사용하는 기간 동안 발열로 인해 셧다운이 된다든가 하는 경험은 없었지만, 그건 아마도 내가 너무나 뜨끈한 바디에 놀라 알아서 잘 달래 가며 썼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괴멸적으로 느린 시스템 퍼포먼스. AF는 콘트라스트 AF라 느릴 것을 예상했지만 오히려 정적인 사진을 주로 찍는 내게 있어 AF속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카메라를 켜고 끌 때의 딜레이와 샷투샷 딜레이, 셔터릴리즈 딜레이 등 퍼포먼스가 상당히 애매하게 낮은 수준이었다는 점에 있었다. 이런 경우 내가 정말로 찰나의 순간을 놓치는 게 문제가 아니고(당연히 문제지만) 애초에 카메라를 다룰 때 자꾸 머릿속에 카메라가 켜지는 시간에 대한 시뮬레이터를 돌려야 한다는 것이 대단히 거슬리게 된다.
그리고 어이없는 냄새 이슈가 있다. X1D의 그립부는 상당히 이쁘장한데, 이상하게 그 그립부에서 독한 냄새가 난다는 것은 신기할 정도의 마이너스 이슈였다.
업데이트된 전자셔터.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젤로현상. 초기 펌웨어엔 없던 전자셔터 옵션이 후에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제공되었다. 하지만 그냥저냥 삼각대에 놓고 타 회사의 렌즈들을 어댑터를 사용하여 써볼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만 있을 뿐이었다.
이것저것 써 놓으니 마치 저주라도 퍼붓는 것처럼 되었지만, 지금은 긴급용(?) 세컨드바디로 하나 사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면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이 모든 단점들을 지워버린 X2D가 M11을 몰아내고(?) 내 새로운 메인 바디가 되었기 때문이다.
X2D의 등장,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