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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 ur mind Sep 19. 2023

독서모임 04 -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아미치 북클럽 <지금 여기, 내 마음>

북클럽지기의 책 소개글)

할머니 '심시선'의 특별한 10주기 제사를 위해 하와이에 모이는 가족들의 이야기.

'시선'으로 인해 가족은 각자의 의미와 삶을 찾는 여정을 경험합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하와이의 햇살을 떠올리며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우리에게는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 작가로 익숙한 정세랑은,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현대적인 이야기를 써내어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평점>

별점 5 : 2명

별점 4: 3명

별점 3~4: 2명(3.5 / 3.75)

별점 3: 1명

별점 2: 1명


<소감>

- 시선의 가족들은 매우 친밀하고 가까운 느낌은 아니었음에도 각자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기억이나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묘사들이 와닿았다. 읽으면서 대장부 같던 나의 외할머니를 떠올렸다.


- 소설의 문체가 단순 명료하면서도 잘 읽혀서 좋았다. 인물관계도가 첫 페이지부터 제시된 것이 너무 좋았고, 사람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며 읽는 재미가 즐거웠다. 나이가 든다면 심시선을 닮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


- 그 시대를 살아온 한국 사회의 여성에 대한 인식을 쉽고 현실적으로 잘 썼다는 생각을 했다. 시선의 성격을 자손들이 한 조각씩 나누어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다면 나는 나의 할머니, 윗사람들로부터 무엇을 받은 걸까 생각하게 되었다.


- 남성으로서 공감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새롭게 깨닫고 배우게 된 여성의 시각이 있었다. 여성작가로서, 시선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던 것 같다.


- 내가 죽으면 나의 자식들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인식과 그들의 권리나 평등함을 메시지로 담아 써지는 이런 소설이 나오지 않는 사회가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슬프기도 했다.


- 맑고 가벼운 책이라는 느낌으로 너무 기분 좋게 읽었다. 시선의 가족들이 너무나 깔끔하고 맑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의 가정도 이렇게 맑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 제사를 지내는 며느리의 입장에서 이런 제사 방식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놀랍고 부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행복한 제사'를 꿈꾸게 되었다. 시선은 여성으로서는 너무나 멋진 사람이지만, 엄마로서는 어땠을까? 자식들 입장에서는 좋은 엄마였을지를 생각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작가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 시선이 너무나 멋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는 시간도 행복했지만,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책 속의 내용을 돌아보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다시 한번 읽고 싶다.


- 심시선 같은 엄마를 두었다면 가족들이 좋게만 기억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루어지지 않은 다른 관점이 궁금하고 의문이 들기도 했다. 밝고 가볍게만 그려냈다는 생각도 들었고 심시선이라는 인물의 캐릭터가, 윤여정 배우를 떠올리게 되기도 했다.



- 그렇게까지 대단한 순간을 떠올려야 한다면, 첫 키스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물건을 굳이 떠올린다면 '꽃'이다. 세상 쓸모없다고 생각해서 사본적도, 선물한 적도 없는 물건이라서.


- 내 인생의 중요하고 인상 깊은 것은 결국 죽는 순간에 떠오를 것 같아 아직은 모르겠지만, 나를 가슴 뛰게 하는 존재는 역시 나의 힘든 순간을 지탱하게 해주는 내 아이인 것 같다.


- 내 인생에서 특별한 순간이라면 아이를 낳았던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로 살면서 걱정도 많아지고 조심스러워지기도 했다. 아이를 위해 종교를 갖기도 했고, 내 아이를 위한 선물을 생각한다면 성경책을 떠올리게 된다.


- 삶의 매 순간마다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은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순간을 고른다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가장 특별한 순간을 죽을 때야말로 고를 수 있지 않을까?


- 특별한 순간은 아이들로부터 얻게 되는 것 같다. 아이가 꼬마였을 때, 엄마가 좋아할 거라며 유치원에서 오징어튀김을 휴지에 싸서 가져온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 기억을 떠올리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고 애틋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이렇게나 사랑해 주는 존재가 있다는 특별한 느낌을 경험하게 해 준 기억이다.


- 현실과 이상은 너무나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내 아이들이 이 책 속의 우윤이처럼, 자신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순간을 경험하고 자신만의 파도타기를 담아 올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 나의 장례식 때 행복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기대하고 있다. 삶의 특별한 순간을 따로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소소한 기쁨이 내게는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 내 삶의 특별한 순간을 생각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는 순간이 내게는 행복감을 주었다. 나의 행복한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림이나 글, 음악 등으로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래전 어린 시절의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내가 지나온 어떤 순간의 나를 기억해 주고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아름답고 특별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 마티아스 마우어: 그의 입장으로 생각을 해보면, 그 시절에는 그럴만한 상황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지나치게 심시선의 시각으로 써진 작품이기에 마티아스 마우어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도 있다고 여겨진다.


- 규림: 잘못한 것은 없는데 가해자가 된 상황에서, 해결책으로 말줄임표를 선택한 규림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다.


- 화수: 명상앱의 차분한 목소리를 닮은 사람인데,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쉽게 회복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겨졌다. 그랬던 그가, 팬케이크를 먹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순간이 의미 있게 와닿았다. 힘든 마음을 품은 사람이  회복하는 과정이 책 전반에 걸쳐서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 화수: 트라우마를 대하는 태도가 멋있다. 없었던 일처럼 지워버리려 하지 않고 아픔을 받아들이고, 기억하려는 사람. 그럴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다,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무엇인가를 찾아가려는 사람이다, 남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의지하지 않고, 붙잡지 않는 태도가 근사하다고 느껴졌다.


- 명준: 우유부단하고 나약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환경 속에서 잘 자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명준은 단순히 무딘 게 아니라, 심시선에게는 잘 맞는 아들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난정: 누구나 자기만의 고통이나 아픔을 겪는다. 난정은 그런 면에서 자기만의 치유법을 가진 사람이라고 보인다. 특히 남편을 '괜찮은 벽'이라고 표현하는 지점이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그 벽이 무엇이든 잘 튕겨내는 벽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공을 던지는지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 명혜: 큰딸로서의 명혜의 역할이 나와 닮은 지점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결정해야지만 집안일이 돌아가는, 책임지고 앞장서는 역할을 하는 명혜의 모습에 공감이 되었다.


- 우윤: '강한 사람이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가는 사람이 강한 것이다. '라는 문장이 떠오르는 사람이다.


- 명혜처럼 살고 있지만 지수 같은 사람으로 살고 싶고, 우윤에게 공감이 되었다. 내 아이가 우윤이처럼, 잘 살아내기 힘든 이 어려운 세상에서 파도에 꺾이지 않고 살아내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 속에서>


P16

할머니는 강렬한 인물, 보편적이지 않은 인물이었다. 성격상 쉽게 분쟁에 휘말리는 편이었고, 그럼에도 자기 의견을 좀처럼 굽히지 않았으며, 대중의 가벼운 사랑과 소수의 집요한 미움을 동시에 받았다. 쉽사리 희미해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P23

낙관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만 한 게 없었다.


P46

그 모든 일을 겪고도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다니. 그게 인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P72

난정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려면 읽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죽음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행위는 읽기라고, 동의할 만한 사람들과 밤새 책 이야기나 하고 싶었다.


P160

명준은 같은 그림을 다른 날에, 다른 시간에, 다른 날씨에 보는 걸 좋아했다.


P168

그럴 수 있지요, 사람들은 의외로 흠 없는 것만큼이나 완전히 파괴되었다 다시 이어 붙인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니까요.


P208

"그래도 좋은 성격이네."
"뭐가?"
"나는 세상에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생각해. 남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이랑 자신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 후자 쪽이 월씬 낫지."


P256

세상은 참 이해할 수 없어요. 여전히 모르겠어요. 조금 알겠다 싶으면 얼굴을 철썩 때리는 것 같아요. 네 녀석은 하나도 모른다고.


P268

(....) 그때 이후로도 종종 점검합니다. 내가 나 자신을 작은 틀에 가두고 있지는 않나? 부엌 뒷방에 방치해두고 있지는 않나?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에도 점김합니다. 이걸 네 배, 다섯 배. 열 배 크기로 그리면 달라 보일까?


P289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어떤 일에 뛰어난 것 같은 데 얼마 동안 해보니 질린다면, 그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당장 뛰어난 것 같지는 않지만 하고 하고 또 해도 질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도해 볼 만하다.


P331

우리는 추악한 시대를 살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던 그 사람을 닮았으니까. 엉망으로 실패하고 바닥까지 지쳐도 끝내는 계속해냈던 사람이 등을 밀어주였으니까. 세상을 뜬 지 십 년이 지나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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